바둑과 체스. 두 게임에 내재된 철학은 아주 다르다. 체스나 장기는 기본적으로 세가 같은 두 군대가 전장에서 마주 보고 전투를 펼치는 것인데 비해 바둑은 빈 땅에 두 국가가 같은 생산력을 가지고 세를 쌓아가는 과정을 풀어낸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두 게임의 다른 철학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체스의 목표는 상대의 지도자를 제거하는 것인데 반해 바둑의 목표는 상대보다 많은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다. 체스는 상대의 말 위로 이동해야 그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바둑은 전투가 생략되어 있고 포위당한 적은 자동으로 항복한다. 체스에서는 상대 말을 잡으면 그 즉시 게임에서 소멸하지만 바둑에서는 사로잡은 상대의 돌이 훗날 나의 자원이 된다.
이러한 차이는 소규모 유목사회의 전투와 대규모 농경 기반 중앙집권 국가의 전쟁이라는 관점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체스에서는 병종의 차이가 커서 룩과 비숍 그리고 폰은 기능이 아주 다르다. 유목 민족에게 일상이었던 소규모 전투에서는 개별 전사들의 능력과 역할이 극명하게 달랐으리라. 하지만 단기간에 농민들을 대규모로 징집해 전쟁에 내보내던 중앙집권 농경국가의 전쟁은 바둑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백대 백의 싸움에서는 한 병사의 역량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어도 수십만 병사들이 맞붙는 싸움에서는 개인이 금세 지워지기 마련. 또한 포로의 처우도 달랐다. 유목 민족의 전투에서 포로는 죽이거나 전투불능이 되지만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에서 확보한 상대 병력과 영토는 바둑에서처럼 훗날 나의 자원이 된다. 이를 고려하면 문헌상으로는 둘 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실제 태동은 체스나 장기가 바둑보다 더 오래되지 않았을까.
요약하면 체스는 전술을 바둑은 전략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중원을 3천 년간 지배해 온 것은 전술보다는 전략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사실 전술면으로 볼 때 한족의 전투능력은 참으로 형편없었다. 그들은 상고시대부터 근대까지 유목 민족들이 남하할 때마다 한결같이 흠씬 두들겨맞곤 했으니까. 고대 중국 문화를 정점에 올려놓은 당나라도, 세계 최강의 몽고의 일부였던 원도, 그리고 현대의 중국보다도 넓은 영토를 확보한 청나라 모두 한족이 세운 나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그 이민족들의 명맥은 대부분 끊기고 모두 한족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판위에서 3천 년간 벌어진 게임에서 한족은 체스에서 지고 바둑에서 이긴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그 바둑판을 걷어 차고 체스판으로 옮겨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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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미국을 상대로 한 체스에서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홍콩의 일국양제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해도 미국은 대항할 군사적 수단이 많지 않다. 거기에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암묵적으로 지원한 중국은 곧 뱅골만으로 나아갈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으니 미국의 전통적 봉쇄 라인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있다. 온전한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은 베이징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남한에는 노골적으로 친중 색채를 드러낸 정부가 들어섰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2010년 일본을 넘어 미국을 추격하고 있으며 자신의 강화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기업들과 자신의 무역 파트너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H&M과 나이키가 중국 당국이 신장지역에서 벌이는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비판하자 중국 소비자들은 두 브랜드를 겨냥한 불매운동을 펼쳤고 그 불똥을 피하기 위해 몇몇 기업들은 공산당과 인민들의 입맛에 맞게 마케팅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그 예이다.
과거 서구식 경제성장 모델이 완전하고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자유진영의 학자들은 중국이 조만간 내부적 갈등에 직면해 자연스레 체제가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언은 결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중국보다 부자인 나라는 이제 미국 하나뿐이지만 당의 권력은 더욱 소수에게 집중되었고 IT 기술의 발전으로 여전히 국가는 국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 대중들에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천안문 시위와 같은 민주화운동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인들은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중국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한 당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신뢰하고 있으며 시진핑은 그런 인기를 등에 업고 독재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중국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그가 장기적 시각보다는 단기적, 전략적 목표보다는 전술적, 즉 바둑이 아닌 체스의 방식으로 국가전략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를 불리는 것이다. 바둑에는 잡을 상대의 킹도 퀸도 없다. 그저 더 많은 집을 얻는 쪽이 승리할 뿐. 과거에 시대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제국들은 모두 이 방법을 충실하게 따랐다. 로마는 점령지를 단순히 약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돈과 인력을 들여 수도와 도로를 설치하고 로마식 건축물을 세웠으며 로마의 법과 사치품을 들여왔다. 그리고 한번 로마의 삶을 맛본 속주의 원주민들은 다시는 야만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나고 나면 그들은 로마의 시민이 되어 자발적으로 로마의 가치관과 영토를 확장하는 군단의 최전선에 합류했다. 가깝게는 소련과 미국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다. 냉전은 단순히 두 강국의 대립이 아니라 무엇이 인간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에 대한 인류 차원의 물음이었는데 소련은 공산주의가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자본주의가 그 해답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두 강국은 70여 년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진영을 늘리고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애썼다. 세계 제일 강대국이 극도로 빈곤한 남한이나 월남을 지원한 것은 경제적 이득 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은 단순히 자유진영의 영역을 늘리기 위해서 달러와 자국민의 목숨을 지불한 것이다. 그렇게 인류사의 대부분의 장은 바둑의 룰에 따라 전개되었다.
인간 사회에서 집단을 확장하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일까? 바로 사상을 퍼트리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 외에도 개미나 벌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 있고 저들도 전쟁을 벌이지만 이런 동물들의 결속력은 DNA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세력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길은 같은 DNA를 가진 개체를 늘리는 것 밖에 없다. 다른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아군으로 포섭하는 방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사람은 사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을 형성하고 집단을 이룰 수 있다. 심지어 그 집단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다른인종을 같은 무슬림이라는 이유 만으로 형제라고 부르는 것을 보라. 심지어 사상은 DNA보다도 강한 결속력을 지니기도 한다. 6.25를 겪으신 옛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공산주의에 빠지면 형제자매도 몰라본다는 말을 되뇌시지 않았는가.
따라서 모든 제국들의 영역은 그들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팽창했다. 그것이 철학이든, 종교든 혹은 사상이든. 알렉산더의 제국은 헬레니즘과 함께 확장되었고 오스만의 영역은 이슬람교와 함께, 그리고 나폴레옹의 군대는 혁명정신과 함께 커졌다. 유전적으로 마케도니아인이나 투르크, 혹은 프랑스인이 아니어도 그들이 퍼트린 사상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점령지의 백성들은 제국의 시민이 될 수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입대하여 제국의 확장에 목숨을 바치곤 했다. 마치 바둑에서 내가 사로잡은 돌이 차후에 상대의 집을 메우는 것처럼. 반면 전파할 이데올로기를 갖추지 못한 제국들은 빠르게 붕괴했다.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세운 몽고의 몰락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건설한 오늘날의 미국도 그렇다. 그들은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라는 복음을 세계에 전파하였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를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였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박정희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와는 아주 거리가 먼 방법으로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개도국에서 벗어난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소수의 진성 친북주의자를 제외하면 미국의 방식이 번영과 발전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발적으로 미국이 퍼뜨린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심지어 입으로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국이나 한때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한 림종석 동지조차도 사모펀드를 없애고 자녀의 미국 유학을 금지한다고 하면 당장 투쟁에 나설 것 아닌가. 이처럼 집단을 확장하는 이데올로기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다.
따라서 미중대립이 어떻게 끝날지 가늠해보려면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의 중국인들을 규합하는 핵심 이념은 공산주의도, 전체주의도 아닌 바로 중화사상이다. 뭘 하든 어딜 가든 중국이 최고라는 이 자뻑주의는 중국을 고립시킨다. 처음부터 중국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당장 2차 6.25전쟁이 발발했다고 상상해보자. 미국인들은 남한 사람들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공유할 수 있지만 전선의 반대편에서 중국군이 "5천 년 중화의 영원한 번영을 위하여!"라는 민족주의 구호를 외친다면 바로 옆의 북한군은 돌격하다 말고 그들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이제껏 인류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유전적 한계를 벗어나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을 이루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단인 중국은 유전자에 기반한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회귀했다.*
그리고 그 한계는 중국이 패권국을 지향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영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언급하거나 프랑스가 티베트의 인권을 거론했을 때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던 중국은 대한민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곧장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보복했다. 19세기 영국이 홍콩을 99년 동안 빼앗아간 것을 비난하던 중국은 스리랑카가 중국 국영기업이 제공한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자 스리랑카 북동부의 항구를 99년 동안 차지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중국의 행보에는 아무런 철학도 원칙도 없다. 그저 무한 이기주의를 외치는 무한도전의 박명수만이 겹쳐 보일 뿐. 중국의 한 강경파는 트럼프의 관세 보복이 이어지던 시기에 환구시보에 기고한 사설에서 "트럼프는 세계의 미움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미중 분쟁에서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나라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도 그럴것이 트럼프의 임기는 고작 4년이지만 저들의 중화사상이 앞으로 5천 년 더 지속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과연 인류 역사에서 도전자가 동맹 하나없이 패권국가로부터 세계의 헤게모니를 빼앗아 온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시진핑은 이런 구조적 한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격대지정(차차기 지도자를 이전 지도부가 결정)과 칠상팔하(68세 은퇴)원칙을 어기고 원로들이 세운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하고 있으며 부패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경쟁자들을 탄압하여 내부적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독재자들이 흔히 선택하는 카드는 외부의 위협을 부각하는 것이다. 지난 3월 18일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는데 여기서 중국 대표가 외교적 관례를 한참 벗어난 수위로 미국을 비난한 배경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황제를 꿈꾸는 시진핑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그는 단기간 내에 중국 원로들과 인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대국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설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전술에 매진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중국은 늘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였다. 18세기까지 중국의 영아사망률은 영국보다 낮았으며 청나라가 운용하던 북양함대는 19세기 서양 열강들에 견주어도 못지 않은, 세계 10위권의 군사력을 자랑했다. 그런 중국을 최빈국으로 몰락시킨 것은 서태후의 사치도, 태평천국의 난도, 아편전쟁도, 일본 관동군도 아닌 바로 마오쩌둥이었다. 마오가 펼친 쇄국정책,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은 차례로 중국의 산업과 문화를 파괴하였고 자유진영에 속한 인도나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같은 공산국가였던 베트남과 심지어 공산주의의 종주국 소련과도 전쟁을 벌였다. 미국이 손을 내밀어 주기까지 중공은 세계로부터 고립된 외톨이였으며 그 결과 처음으로 중국은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마오쩌둥은 정적을 견제하고 제거하는 체스 게임에는 강했지만 서구문물을 제대로 경험한 적도 유학한 적도 없어 세계사의 흐름에 어두웠던 근시안적 리더였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달랐다. 프랑스와 소련에서 유학하며 르노 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로도 일했던 그는 중국의 미래전략을 체스보다 바둑의 룰로 이해했다. 그는 미국이 깔아놓은 포석에 따르지 않는 나라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중국의 최고 국수였던 덩샤오핑은 후대 지도자들에게 두 가지 훈수를 남겼는데 하나는 1인 독재를 막을 격대지정의 원칙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앞으로 적어도 100년 동안 미국과 대립하지 말라는 유언이었다. 그가 남긴 신의 한 수는 마오 사후 40여 년간 독재자의 출현을 막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두 가지 유산을 폐기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고 독재를 택한 마오의 길을 따르고 있다. 심지어 무리수를 두어 가며 정적을 제거하고 암투를 펼치는 그의 방식은 덩샤오핑의 바둑보다 마오의 체스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과연 그 미래는 어떨까? 나는 역사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민족주의를 핵심 철학으로 내세웠다가 실패한 제국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나치 독일. 소련과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나치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과 소련의 동쪽 영토를 점령했는데 당시 스탈린의 공포정치에 시달리던 현지인들은 처음에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흔들며 독일의 진군을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동유럽에서 슬라브인들을 몰아내고 순수 아리아인의 터전을 건설하려 했던 나치는 그들에게 매우 적대적이었고 얼마 안가 현지인들은 파르티잔이 되어 틈만 나면 나치의 예비대와 보급선을 공격했다. 아리아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었던 그들 입장에서는 공산주의자가 되어 소련 편에 서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6주 만에 프랑스를 무너뜨린 유럽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였던 독일은 그렇게 동유럽이라는 바둑판에서 패배했다.
**정작 과거의 중화사상은 현재의 중국이 택한 노선과 정확하게 정 반대였다. 일례로 조선이 건국된 후 명나라와의 외교관계를 정립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는데, 조선은 1년에 3번 조공을 바치겠다고 주장한데 비해 명은 3년에 한 번만 바칠 것을 요구했다. 황제가 주변국에게 공물 좀 작작 바치라고 주문하는 이 코메디같은 사건은 조공이 기본적으로 호혜적 무역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발생했다. 명의 통치이념을 설립한 주자는 황제는 공물을 적게 받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에 따라 명나라는 조공을 받으면 그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답례품을 회사라는 이름으로 제공했다. 그래서 조공이 잦아질수록 명이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 그러니 주변국들이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것을 마다할 리가 없다. 명나라의 이런 대외정책은 주변국들 내부 투쟁에서 친명파들이 득세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조선에서도 자주적 성향을 가진 정도전이 실각하고 친명 정책을 내세운 태종이 즉위하자 명나라는 조공을 1년에 3번 허용하겠다고 양보했다. 그렇게 주변국들은 앞다투어 볼품없는 향토품을 싸들고 명나라에 찾아가 황제의 곳간에 쌓인 비싼 진상품들을 털어왔고 자발적으로 명의 헤게모니에 복속되길 원했다. 명의 중화사상은 한족이 아니더라도 주자학을 받아들인 민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심지어 경제적 혜택까지 주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공무역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던 조선이 명이 멸망한 이후에도 소중화를 자처하며 명의 연호를 19세기까지 사용한 것을 보면 명나라가 무역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다음편 아시아의 미래 3. 일본의 부상
연재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답글삭제글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정말 잘 보고있습니다!!!
답글삭제헤게모니의 장악이라는 중요한 바둑의 룰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저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선택할 것입니다.
공자를 좋아하면서 공자의 사상과 정반대로 가는 중국인들 필히 미국에 질수 밖에 없겠군요
답글삭제아.. 글 너무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저번에 선생님이 쓰셨던 난민 이야기와도 맞물리는 이야기 같아서 더 술술 읽히네요
답글삭제좋은 글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습니다!
답글삭제진짜 똑똑하시다.. 부러워요
답글삭제헤게모니의 붕괴는 내부 모순이 비대해지면서 발생하죠. 예로 들어주신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로마의 정신과 맞지 않는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하며, 헤게모니가 흔들린 것도 크고요. 미국의 내부모순(빈부격차, 인종차별)으로 인해 먼저 무너진다는 판단을 토대로 체스판에 앉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스는 스포츠라 플레이어는 룰을 뛰어 넘을 수 없지만, 세계경제에 관해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에 룰을 만들어버리니.. 체스판도 중국이 유리한것 같진 않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잘보고갑니다
답글삭제이정도 잘짜여진 퀄리티 있는 글은 다른 어디에도 보기 힘듭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계속 연재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지금 중국은 코로나벌레국 충국이됬네요
답글삭제선생님 출처 밝히고
답글삭제이 글도 펨코에 퍼갔습니다!!
https://www.fmkorea.com/best/3546007614
글쓴이님 번거롭더라도 글을 더 자주써주세요
답글삭제필력이 좋으셔서 머리에 쏙쏙 박히네요!
좋은 글 잘읽고있습니다.
답글삭제이런 글쓰기는 어디서 공부하신건가요?
부럽습니다..
나치가 꿈꾸던 것처럼 중국이 꿈꾸는 변종 중화사상도 한계는 분명하지만 얘들도 어쩔 수 없었을거에요. 로마나 현재의 미국이 그러했듯 주변에서 스스로 따르는게 이득이라 느껴지는 만드는 룰을 만드는 것은 실패했고, 남아도는 국민들한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면서 노동력이나 자유 등 이미 많은 것을 빚져버렸고, 여기서 국가가 더 줄게 없습니다 여러분 했다간 돌맞아 죽을게 뻔한데 그럼 주변국들을 이등국가로 만들면서라도 국민들한테 떡고물을 바쳐야지 뭔 방법이 있겠어요. 물론 역사에서 볼 수 있듯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답글삭제이번 코로나사태로 혐중감정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당분간은 중국이 도발을 자제할거라 보지만 중화제국을 만들어 국민을 국뽕애 취하게 만들어야만 장기독재가 가능하고 제2의 마오쩌둥처럼 국부가 될수 있으니 시진핑은 계속 한국을 속국으로 두려 할겁니다
삭제재밌어요. 명과 조선의 관계는 애증이었고 매우 복잡해보이더군요... 머리아파서 때려치웠는데 진짜 명나라보다 못한 외교하는 현대중국
답글삭제매번 쥔장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식견에 감탄하는 일인입니다. 상대를 제거하는 체스와 잡아서 활용하는 바둑의 차이 설명은 (제가 견문이 짧은 탓일지 모르지만) 신선합니다. 다만, 서양의 체스, 동양의 바둑이라는 사실과 본문에 드신 여러 예를 비교해보면 체스냐 바둑이냐는 리더(중국은 영도자)의 개인적 선택인 듯합니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왜 시진핑이 초기에는 바둑을 택한 듯하다가 (예: 일대일로) 최근에는 체스(예: 미중갈등, 홍콩탄압 등)을 택했는가 혹은 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가 될 것입니다.
답글삭제시진핑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입니다. 경제지표 혹은 대도시만 보는 외국인(특히 한국인)이 애써 외면하지만, 도-농/당-비당원 간 수입격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도시빈민도 엄청나고요. 도시를 벗어나면 교통망이 엉망이라서 '교외에서 출퇴근'할 수가 없습니다. 한 방에 두가족이 살기도 합니다. 반명 당간부는 엄청난 혜택을 받습니다. 이 빈부격차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입니다. 이유는 중국사회 특히 엘리트집단이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라면 처벌을 받을 '꽌시'를 덕목이라고 칭송하는 웃기는 사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