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9.

절세미인(節稅美人) 노영민

많은 투자자들이 말한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이 남자보다 더 완벽한 투자와 절세의 기교를 보여준 사람이 대한민국 역사에 또 있었을까. 반포의 13평 아파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명예도, 대통령도, 당도 심지어 지역구 유권자들도 가차없이 손절할 수 있는, 뜨거운 머리와 냉철한 가슴을 가진 남자-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 숨가쁘게 흘러간 그의 지난 몇일을 되돌아보자.

집값이 한여름의 수온주보다도 더 뜨겁게 달아오르던 7월의 어느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 춘추관으로 불려들어간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고함소리와 의자 넘어지는 소리, 그리고 연신 죄송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각하 소리가 들린지 한참이 지났을까. 이윽고 문이 열리자 얼굴이 벌개진 김 장관이 바쁜 걸음으로 걸어나오고 무거운 얼굴의 노영민 비서실장이 그 뒤를 따랐다. 노 실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사무관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내일까지 청와대 포함 다주택 고위공직자들 명단 작성해서 보고해." 평소엔 눈치없던 그 사무관조차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대답한다. "네 실장님."

다음날 아침, 다주택 보유자 명단을 받아 첫 부분을 읽던 노 실장의 동공이 잠시 흔들린다. [1. 노영민 2주택자, 반포 1채 청주 1채] 분노가 폭발한 그는, 충분히 위협적이면서도 대통령집무실까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사무관을 다그친다. "야 이놈새끼야. 왜 내가 맨 위에 올라가있어?" 성실하지만 다소 센스가 부족한 이 사무관은 이렇게 대답한다. "명단을 작성할 땐 서열순으로 하라고 배웠습니다" 하. 오랫동안 학생운동을 이끌어 본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놈은 언젠가 큰 사고를 칠 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시간이 없다. 그는 검은색 플러스펜을 꺼내 자신의 이름을 직직 지우고선 이렇게 말한다,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과 면담시간 잡아서 다시 보고해. 단독면담형식으로, 당장 오늘 오후부터." 

그렇게 면담이 시작됐다. "아니 은 위원장님. 왜 세종시 주택은 안 파시는 겁니까?" "실장님 그게 제가 안 팔려는게 아니고.. 코로나 때문이라 그런지 이게 잘 팔리지를 않습니다요." "얼마에 내놓으셨는데요?" 위원장은 움츠려든 목소리로 대답한다. "oo억에 내놨습니다." 노 실장은 손수 남보라색 바탕의 호갱노노 앱을 켜고 바로 그저께 직힌 실거래가를 눈앞에 들이밀며 소리친다 "위원장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아니 로얄동 15층이 oo억에 거래됐는데 그 가격에 호가를 내는게 안팔겠다는 것과 무어가 다릅니까!" 우물쭈물하는 상대의 변명을 연신 끊고 울려퍼지는 그의 호통소리는 문 밖에 앉은 사무관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고 방에서 나온 당사자들은 어김없이 입 밖으로 새어나가려는 ㅆ발음을 힘겹게 입술에 힘을 주어 참아가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하루종일 독대를 마친 노영민 실장이 물었다. "명단에 있는 사람 모두 면담 했지?" 충혈된 눈의 사무관이 대답한다 "네" "그럼 불가피한 사람 제외하고 서약서 빠짐없이 받은거 맞지?" 관료주의에 충실한 사무관은 스스로 매를 번다. "실례지만 실장님꺼 아직 안주셨는데요" 그 눈치없는 한마디에 반쯤 감겨있던 노 실장의 눈이 매섭게 불타오르며 커진다. "이놈새끼야 시발 팔어! 판다!! 나도 판다고!!! 그러니 나가!!!" 영문도 모르고 혼나 황급히 달아나는 사무관의 뒤를 바라보던 비서실장은 곧 집무실 책상 위에 엎드린다. '마누라에겐 뭐라고 하지...' 하지만 국보법 위반으로 지명수배를 당하던 중에도 기지를 발휘해 도주한 덕에 노꾸라지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 아닌가. 그는 번개같이 일어나 세종시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어어 김국장, 나 청와대 노실장이야. 잘 지내? 아직도 조세쪽에 있지? 거 시간 되면 오늘 같이 저녁이나 하지"  

다음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노영민 실장은 민정수석, 사회수석 앞에서 한참 너스레를 떤다. "내가 또 머리가 비상하잖아? 이렇게 하면 된다니까" "아니 실장님. 진짜 이게 사실입니까? 반포 아파트 매매차액이 12억인데 양도소득세가 650만원 밖에 안되는게 가능합니까?" 노 실장은 종이를 꺼내 도표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래! 자 봐, 청주를 먼저 팔고 응? 그 다음에 반포를 팔면 이게 세금 3억이 650만원으로 준다니까? 게다가 아파트 두 채를 판 돈으로 새로 똘똘한 한 채를 사면 현재 오른 시가가 취득가액이 되니까 미래에 낼 양도소득세까지 대폭 절감되는거라고" "와 역시 실장님! 머리가 비상하십니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던 사무관은 잠시 일을 멈추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마 우리 중 그 누구든 그 자리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다만 노 실장이 사무관의 책상 위에 두고 간 종이에 반포라는 두 글자만이 크게 적혀 있었을 뿐이다. 잠시 후 사무관이 작성한 보도자료가 춘추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전달되었고 얼마 안가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다주택 고위공직자들 집 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반포아파트 매물로 내놔]

식사 후 사무관이 타다 준 믹스커피를 마시고 노곤하게 기지개를 펴던 노 실장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사랑하는 여보님]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노 실장과는 달리 아내는 분노와 공황을 한데 모아 소리를 지른다. "야 이 화상아, 너 미쳤어?? 뭐? 반포 집을 팔어? 당신 혹시 청와대에서 치매 옮았어?" 노 실장은 짐짓 점잖은 척 품위있게 대답한다. "아 이 여편네가 무슨 소리야. 그건 올해 안에만 팔면 된다니까." 아내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되묻는다"그럼 이 뉴스 속보는 뭔데?" 네이버 뉴스페이지를 켜서 헤드라인을 읽던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몇분간 정지화면처럼 얼어있던 그는 간신히 입을 열어 다급히 사무관을 찾는다 "야!! 이 새끼 어디갔어!" 공직자들의 주택처분동의서를 정리하고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홀딱 밤을 샌 탓에 엎드려 자던 사무관이 곧장 집무실로 튀어들어왔다. "야 이 새끼야. 이 보도자료 니가 낸거 맞아? 내가 언제 반포를 판댔어!!" 예고했던대로 성실하지만 눈치는 없는 사무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실장님 어제 분명 집 파신다고 하시고 아까 낮엔 반포.." 사무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고성이 다시금 터져나왔다. "야 이 미친놈아 너 일부러 이러지? 혹시 미통당 쁘락치냐? 세상에 어느 다주택자가 비싼 집을 먼저 팔아, 너는 시발 집도 안사봤냐?" 사무관은 위축된 가운데 이것 만큼은 떳떳하다는 투로 대답한다. "네 저는 전세라서.." 분을 못이긴 노실장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야 시발 나가, 나가!! 나가!!!" 학창시절 따르던 운동권 선배에게 첫사랑을 뺏긴 이래 그렇게 절규한 것은 처음이었으리라.

그 사이에 그가 반포 집을 처분한다는 기사는 계속해서 올라왔고 그때마다 마누라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그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는 침착하게 이 상황을 아내에게 설명하고자 마음 먹는다. "여보.. 저 이왕 기사가 나갔고 내 체면도 있고 하니.." "뭐 체면? 평생 땡전 한푼 못 벌어본 인간이 체면? 야 너 그 돈이 어떤 돈인줄 알아? 너 국회의원 한답시고 적금 깬거, 내가 니 사무실에 직접 신용카드 단말기 가져다 놓고 감사기관들 안면몰수하고 쭉 불러다 책팔아 채워넣은 돈이야. 니가 뒷돈도 잘 안 들어오는 야당 의원이나 할때 내가 홍의원 와이프한테 직접 전화해서 그쪽 비서관으로 우리 아들 꽂아 넣으며 마련한 돈인데, 뭐 니 체면 때문에 그 돈을 세금으로 날려? 내가 너 세금 벌어오라고 그 자리 보냈지 세금 내라고 보낸줄 아냐? 너 진짜 쪽팔린게 뭔지 보여줘? 내일 조간 헤드라인에 현직 비서실장 마누라가 집에서 분신자살했다는 속보 뜨게 해줄까?? 당장 물러! 물러!!" 노 실장은 이미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금 호소해본다. "아니 그래도 이러면 내가 뭐가 돼.. 여보 제발.." 하지만 그의 아내는 단호하다. "야야. 그건 모르겠고 난 김의겸네 와이프처럼 못 살아, 차라라 안 살아. 나 지금 가스밸브 열었어. 야 너 반포 팔거면 빨리 말해, 지금 붙 붙이게" 그는 어렵사리 아내를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는다.

잠시 후 청와대 비서실은 짤막하게 정정보도를 냈지만 그 정정된 한 줄은 이전 23건의 부동산 대책보다도, 수백 건의 대통령의 부동산관련 발언보다도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비서실장은 또다시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무엇을 똘똘한 반포의 대지지분 13평 재건축 아파트에 견줄까. 노모를 팔고 아내를 팔 지언정 흑석만은 못 팔겠다던 김의겸 선생도 금뱃지에 혹해 흑석의 1+1 상가건물을 파는 우를 범했는데, 명철한 우리의 노영민 선생은 자신의 체면도, 당의 지지율도 심지어 청주의 유권자들도 버려가면서까지 똘똘한 한채를 거머쥐었다. 더욱이 청주 아파트를 매각한 뒤 여론에 못이기는 척 하며 반포를 팔아 1가구 1주택 장기특별공제까지 챙겼으니 어찌 감탄하지 않으랴.  

숱한 양심의 압박과 여론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1주택 실거주자보다도 더 적은 세금을 납부한 노영민 선생. 평범한 수식어로는 그의 스킬을 묘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의 절세는 단순한 기(技)를 넘어 예(藝)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으니 나는 그를 절세미인(節稅美人)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돌이켜보면 작년 영혼의 몰빵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흑석 김의겸 선생의 뒤를 따른 수많은 투자자들이 돈방석에 앉지 않았나. 올해 재테크의 핵심은 절세라는 것을 친히 깨우쳐주신 절세미인 노영미인. 오늘 그가 보여준 절세법은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


환하게 웃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남자, 절세미인 노영미인



*본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것으로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15개:

  1. 푸른 기와집을 빠져나오자 이재명의 고장이었다.아들의 주책청약점수가 하얘졌다.경기도에 3호선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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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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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랜만에 글이네요. 실실 웃으며 빠져들었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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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치를 창출해서 돈을 번 적이 없는 인간들...
    저희 부모님도 드디어 등 돌리셨습니다.
    근데 어쩌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서울에 직장 잡아도 월세 살 운명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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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래 기다렸습니다. 너무 뜸해서 영주권 획득하신줄 알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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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우.....진짜 이런 글을 공짜로 읽어도 될까요? 너무너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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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흑석 김의겸 선생과 병신오인바이 이후로 나온 또다시 명작이 탄생했군요. 1달 넘게 기다린 보람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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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풉ㅋㅋ 보는내내 속이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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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흑석 김의겸 센세만 말짱 황 & 호구 됐네요ㅠㅠ 부동산 금뱃지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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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선생님 송구하지만 최근 부동산 정부대책 관련해서 칼럼을 쓰실 생각이 혹시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 주변은 아직도 보유세,양도소득세 등등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세금을 왕창 올리면 부동산 문제 해결된다고 믿는 바보들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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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마디만 해주면 됩니다.

      "우리나라 보유세가 OECD평균보다 아래라서 올려야 한다는데, 그럼 OECD선진국들엔 다주택자가 없고 또 집값이 잡혔냐"고

      제가 다른 투자를 준비하고 있느라 바빠 정리해서 글을 올리지 못하는 중입니다. 전 지금이 다시 레버리지해서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 생각하고 그 길은 노영미인처럼 절세하며 투자하는거죠. 이번 대책은 4번인지 22번인지 모를 대책들과 크게 결을 달리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먹히지 않은 대책을 또 하는데 똑같은 칼럼을 또 쓰기도 머쓱하고, 또 세계적으로 이미 반례가 너무나 많은데 제가 굳이 논박할 필요가 없어 안 쓸 뿐입니다.

      우리는 그 바보들에게 고마워해야합니다. 싼 자산을 매입하는 대신 높은 사용료를 지불하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사람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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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띵박가카 시절 인사들한테 강부자라는 별명까지 만들어주더니만
    이분들은 별명하나 안 생기고 지지율만 까먹고 묻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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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숨겨진 킬포 : "청와대에서 치매 옮았어?" 누구한에 옮았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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