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짐없이 보는 경제학자들의 글 리스트에는 폴 크루그먼의 이름이 항상 올라가 있다. 과거 2010년 연준이 양적완화를 이어나가자 수많은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거라며 비명을 지를 때, 그는 침착한 어조로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되려 디플레를 걱정해야한다고 주장한 소수 학자 중 하나였고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 판단이 정확했음이 밝혀졌다. 옳은 정책을 펼친 미국은 가장 먼저 불황에서 벗어났고 잘못된 선택을 한 나머지 세계는 아직도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 모든걸 정확하게 예측하고 진단한 이 구루는 자신의 글을 공짜로 인터넷에 올린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변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 뒤로. 그의 블로그에는 경제에 관련된 글보다도 정치에 관련된 글이 몇배 더 많이 올라오며 그는 자신의 유려하면서도 독한 비평을 경제분석이 아닌 공화당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평소에 주장하는 경제정책을(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연준의 완화 스탠스 연장) 트럼프가 정확하게 시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루그먼은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본업이 민주당원이고 부업이 경제학자가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심지어 최근의 포스팅(링크)에서 그는 자신을 공격하던 사람들의 비유를 그대로 들기까지 했다. (You don’t have to be a gold bug or even an inflation hawk to see these demands as deeply irresponsible. Indeed, they sound a lot like the “macroeconomic populism” that has repeatedly led to economic disaster in Latin America, with Venezuela the latest example.) QE를 펼치던 연준과 그를 옹호하던 크루그먼의 비난하던 니얼 퍼거슨은 이러한 통화적 이징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고 남미의 많은 국가가 그와같은 전철을 밟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하 크루그먼은 니얼 퍼거슨이 경제학자가 아니면서 경제정책에 대해 논한다고 조롱했고, 미국 경제가 명확하게 회복기에 있고 실업률이 충분히 낮아졌을때도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굳이 통화긴축에 나설 이유가 있냐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진영을 바꿔 니얼 퍼거슨과 비슷한 주장을 내놓으며 남미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예시를 들며 트럼프의 연준에 대한 압력을 비난했다!
물론 그때와는 경제적 상황이 매우 다르고 크루그먼의 주장처럼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정치평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경제평론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처럼 역사에 남을 석학들도 정치에 휘둘리면 총기를 잃는데, 나 같은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정치에 휘둘리면 사람이 달라진다는게 와닿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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