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30.

난민이야기 2

  • 스파이더맨에서 벤 삼촌은 주인공 피터 파커에게 말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remember,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sibilities] 이 명제의 대우는 "큰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큰 힘도 없다"인데 홍성대께서 가라사대, 명제가 참이면 대우도 참이라 하셨다. 이 격언을 기억한 피터는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되었지만 이를 무시한 아시아의 두 나라-중국과 일본은 빌런이 되었다. 현재의 G2인 중국은 미국과 싸워줄 제대로 된 우방국 하나 없으며 예전 넘버 투였던 일본은 (강제)우방 한국에게도 종종 무시당한다. 그들은 왜 친구가 없나? 두 나라 모두 뒤따르는 큰 책임을 모른척하고 이득만 취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큰 책임을 받아들인 피터파커가 히어로가 될 때 이 체리피커들은 왕따빌런이 되었다. 우리의 주권을 침해해 사드제제를 가했던 중국이 홍콩의 인권문제가 자국 주권문제라고 주장해도 한국은 중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던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침범당할때, 우리는 일본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자기밖에 모르는 얍삽한 친구를 반장으로 추대할 사람은 없듯 국제사회는 이기적인 국가의 헤게모니를 따르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 부끄럽게도 한국은 OECD 최고의 체리피커이다. 세계 제일의 최첨단 휴대폰과 반도체를 만들면서 농산물 협상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요구하며 해외자본을 유치한다면서 막상 들어온 외국투자자들을 온갖 비겁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해외원조와 난민문제에 대해서는 더하다. 2016년 기준 한국의 대외원조는 GDP의 약 0.15%로 OECD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그리스나 헝가리(0.13%)와 꼴등을 다투고 있다. 심지어 정확히 동유럽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슬로베니아 국민들이 (GDP대비)우리보다 더 많은 해외 원조를 한다. 한국의 난민수용률은 전세계 약 139위로 최저를 달리고 있는데, 도대체 이게 선진국을 바라보는 G20국가 중 하나의 성적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싸이나 BTS급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의무는 후진국만큼, 아니 그만큼도 지지 않으려 한다. 이런 한국은 그저 작은 중국일 뿐이고, 가난한 일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나라가 국제사회에 번역도 엉성한 "독도는 우리땅"자료를 들이민다면 과연 몇이나 그를 진지하게 읽어보겠는가. 우리가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하려면 더 많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 한국은 이민자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도대체 그 준비는 언제 되는 것인가. 한국의 1인당 기부액은 국민소득 3천불일 때부터 3만불이 되도록 OECD평균 언저리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뭐 한 300만불 쯤 되면 받겠단 말인가. 모든 나라들이 난민을 기피한다. 세상에 난민을 받으며 쾌재를 부르는 나라는 없다. 그러니 먹고 살만한 나라들이 그 짐을 나누어 지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원조를 받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은 아직도 거지행세를 하며 그 짐을 기피하려고 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아니면 국제사회에서 쩌리취급 당한다고 억울해하지나 말든가.
  • 1996년 FBI는 미국 해군정보국에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킴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26살에 한국을 떠난 이래 줄곧 미국에 살며 20년 넘게 미 시민권자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기밀을 한국측에 넘겼다. 그 사건 이후 미국은 "한국인들은 민족적 유대가 지나치게 강해 미국계 한국인들을 믿을수 없다"라며 정보국 내 한국어 linguist들을 대거 백인이나 라틴계들로 대체했다. 헐리우드에 자리잡은 한국계 배우, 존 조의 첫 데뷔작은 해롤드와 쿠마인데, 그 영화의 한 장면에서 그를 처음만난 한국인들이 교포인 해롤드에게 김치를 먹어보라고 권하고 안면도 없는 사촌의 취업 청탁을 서슴없이 한다. 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가 그렇다. 꼭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십수년 씩 살면서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던 LA한인타운에서는 아주 흔하게 벌어지던 일이니까.

    사실 이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는 난민의 모습 아닌가. 우리는 미국, 혹은 서구 유럽사회의 한인차별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난민문제 앞에서는 갑자기 KKK단이 쓰던 흰색 두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트럼프가 만약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이민와서 같은 한국인들을 불법고용하고 미국백인사회에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으며 자기네들끼리 이상한 음식과 교육방식을 고집한다, 김치 고홈!"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응당 분노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 우리의 분노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한국이 그런 태도를 지녀서는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대중의 공분을 사는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우리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게다가 지정학적으로 군사&경제로 세계 1,2,3,5위와 맞닿아 있는 나라는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좋든 싫든 국제사회의 책무를 나눠가져야하는데, 문제는 그 짐을 국내에 배분할 때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비용은 내국인 중 가장 취약계층에게 몰리게 된다. 그들은 말도 안통하는 핫싼의 이웃이거나 방글라데시에서 온 멧푸탄과 인력시장에서 경쟁하는 장삼이사들이다. 그들에게 왜 한국이 국제사회의 짐을 나누어야 하는지 설명해봤자 그들은 '그건 잘난 당신네들 얘기지 여권도 없는 내겐 오늘이 전부요, 내가 알게나 뭐요' 라고 답할 것이다. 대신 삶이 조금이라도 덜 팍팍하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지위를 파악할 시아를 가진 정우성같은 상류층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우리도 인도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짐을 국내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모두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가진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난민사업을 지원하겠습니다, 난민을 받으면서도 여러분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지 않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대중은 조금 덜 분노하지 않았을까.
  • 대중은 원래 이기적이고 뻔뻔하다.(링크) 난민들 보고 한국에 땅 맡겨놓았냐며 반대하면서도 멀쩡한 조합원들보고 임대주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자신은 소득세도 면제받고 복지혜택은 누리면서 열심히 노력해 돈 번 사람들보고 세금을 소득의 절반씩 내는 것이 정의라며 윽박지른다. 하지만 공인이라면, 그리고 좋은 정치인이라면 이기적이고 뻔뻔한 그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아, 하지만 내가 가진 재주라곤 대중들에게 내재된 이중성을 꺼내 조롱하는 것 뿐이니 절대 정치판엔 기웃거리지 말아야지. 이대로 돈이나 열심히 벌고 밤에는 이름 모를 글이나 쓱쓱 쓰련다.

댓글 10개:

  1. 이번 글은 확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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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의 외교적 모습을 보면서 느낀점은 한국은 "인도적 책임과 도덕적우위"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신경 쓸 생각조차 가지지 않은 나라라는 것뿐임
    특히 이번 한일청구권조약 관련된 일을 보면서 G3의 지위를 가진 국가에
    반영구적인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사항을 스스로 포기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느꼈음
    우리는 원조 받아서 성장했지만 그건 우리가 잘해서 성장한거고 그러니까 원조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게!
    내 알바 아니잖아? 라는게 한국의 포지션이고
    이런 포지션을 가진 가까운 국가는 중국, 일본이 있다
    내가 볼땐 그냥 아시아 종특이지 나라를 구분 지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일본은 전통적 기축통화국이기며 강약약강의 국가이기에
    미국을 보고 행동한다 그에 따라 후원 금액을 보면 항상 상위권이고
    한국은 G10에 근접했으나 그거 돈 안되잖아? 관심없음~ 하면서
    눈치 따위는 전혀 보지 않는 개썅마이웨이를 걷는다
    이 글 마지막 줄에 글쓴이가 말했듯이 나 또한 본질을 보는걸 좋아하고 이중성을 조롱하는 행위를
    즐겨하니 익명으로만 댓글을 단다 저랑 성향이 매우 비슷하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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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가 국민성에 대해 말을 하면서 선생님의 말씀을 일부 반박하는 반응을 취했지만, 그 부분만 그렇다는 뜻이고 그 외 부분은 깊게 알아보려고 해본 적이 없어서 큰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댓글을 달 때도 제가 의견을 표출할 만큼 이 사안에 잘 아는가 고민하다가 달았는데 더 자세한 내용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중요 논점이 유전자가 아닌 우리도 국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인데 제가 너무 사소한 거에 물고 늘어진 거 같네요 예전에 투표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고 댓글을 한번 썼는데 그것이 원인으로 전체적인 사회를 보는 눈이 어두웠던 거 같습니다. 님이 쓴 글을 보니 우리도 이제는 받은 만큼 줄 때가 됐다는 걸 알았고 제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사회를 보는 눈을 흐리게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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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에서 느낀 결론이 정치에 무관심한 게 눈을 흐리게 한다는거라니...
      저랑 같은 글 읽은거 맞나 싶은... 너무 맥락이 다른데...
      아무튼 모든 국민들이 정치인 정치에만 목숨걸어서 개박살난 나라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국가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고.... 남미권이 화끈하죠..
      가장 좋은 국가는 오히려 소시민들이 정치를 전혀 신경쓰지 않더라도
      먹고 살기 좋은 나라죠 근데 그런 나라가 몇개나 되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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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뇨 그게 아니고요 제가 정치에 무관심하다 생각해서 비단 정치뿐만 아닌 사회에 너무 눈을 돌렸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글과 관련되어 얻은 것은 당연히 다르겠죠 같은 영화를 봤다고 했을 때 영화의 결론은 정해져있지만 감상은 다를 수 있는 것 처럼요 그리고 저처럼 아예 관심을 두지않는 것은 물론 목숨거는 것도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겠죠 제가 글 쓰는 능력이 부족 해 잘 전달을 못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실수로 게시를 눌러서 지웠다 다시 쓰는데 기록이 남으니 어그로 끄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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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일리가 있는말이네요. 난민을 받아야하지만 시기상조 아닌가? 이런 댓글을 작성했었는데 저도 사실은 글 쓰면서도 그때까지 우리나라가 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댓글 쓰면서도 사실은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두 발을 딛고 사는 이 나라의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대로라면 한국이 나아질거라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노력하고 후회하면 미련을 아예 버릴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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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실 지금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타이밍을 한참 놓쳐버렸고 (생산가능)인구절벽은 막을 수 없는 위기로 다가오는 중이죠. 도덕을 차치하고서 경제논리로도 이민/난민 수용의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여야가 맞닿아 있는 부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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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때만 해도 0.75의 기록적 출산율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ㅋㅋ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는듯 합니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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