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6.

인간의 마음, 그리고 너의 마음.

인간의 마음은 합리적이진 못해도 매우 논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인간의 마음이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때때로 행동의 원인이 그 결과로부터 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번의 데이트를 거치며 가까워 진 그녀가 갑자기 돌아선 이유는 마지막 저녁식사에서 그가 어떤 실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에 그가 자신의 음식 취향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실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응답이 없는 핸드폰을 쥐고 그는 마지막 데이트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보며 술잔을 기울이겠지만,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채 인간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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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어떤 누군가를 원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들을 평생토록 반복한다. 내가 볼 수 없는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낚시를 하는 일과 같다. 마치 가느다란 낚시대 끝에, 더 가느라단 낚시줄 하나를 드리우고 저 수면 아래 깊은 곳의 물고기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는 것 같이. 그녀의 마음이 나의 바늘 근처에 있는지, 아니면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지, 혹은 그에 입맞추기 위해 기다리는 중인지 수면 위 만을 쳐다 보는 나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저 낚시줄과 수면이 닿아있는 그 작은 점을 하염없이 응시하며 나의 마음속에 그녀의 마음을 그려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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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고통 받는다고 해도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내가 그들을 만나기도 전 부터 그들의 호불호는 정해져 있었으며 나는 단지 그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의 잘못일 수는 없다. 요는 내가 왜 그들에게 맞는 사람이 아닌가의 문제일 뿐이며, 또 나는 왜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그 댓가가 매우 혹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마음은 아마 내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분야일 것이다. 십수년 전, 수능을 공부하던 시절에도 나는 프로이트의 저서들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마도 상대의 마음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나는 타인의 심리는 물론이고 나의 마음마저도 움직이지 못한다. 마치 중학생이 F=ma라는 물리법칙을 배웠다고 해서 공을 골대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나는 블랙박스 같은 인간의 마음 앞에 여전히 무기력하다. 하지만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번잡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댓글 2개:

  1. 선생님. 인간의 마음을 알고자 했던 관심과 노력들이 지금 금융시장에 근무하시면서 많은 도움이 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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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이죠. 그 기저에는 욕망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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