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4.

힌덴부르크 오멘

힌덴부르크 오멘은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법 중 가장 끔찍한 폭락을 암시하는 신호이다. 이 시그널 자체가 시장의 붕괴를 예고하다 보니, 역사적으로 고작 십수번밖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1929년의 대공황과 2008 리만사태 직전이었다. 두번 모두 증권시장은 역사에 영원히 남을 만큼의 폭락을 겪었고 수많은 은행원들의 자살을 가져왔다.

이 시그널의 이름은 한 비행선 사고에서 따 온 것이다. 비행기 여행이 대중화 되기 전, 항공운송수단으로 비행선이 이용되었는데 이 때 비행선을 띄우는 기체로 수소가 사용되었다. 쉽게 폭발하는 수소를 한가득 채우고 다녔으니, 작은 불꽃에도 비행선 전체가 폭발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고 그중 가장 끔찍했던 사고가 바로 힌덴부르크호의 사고였다. 1937년 5월 7일 힌덴부르크호가 폭발했고 수많은 탑승자가 사망했다.

힌덴부르크 비행선의 이름은 1차대전 직후 바이마르 공화국(현재의 독일) 대통령이었던 파울 본 힌덴부르크로부터 따 온 것이다. 전쟁영웅이었던 그는 국민의 인기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뒤 자신의 통치를 위해 히틀러의 부상을 방치했다.(사실 그는 히틀러가 유일하게 두려워 한 인물이었다) 그가 죽은 후 히틀러는 뉘렌베르크 전당대회, 장검의 밤과 같은 이변을 일으킨 뒤 독일의 지배자가 되고 인류 역사상 최단기간 중 최다인원이 사망하게 되는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다.

"무기여 잘있어라"로 스타덤에 오른 미국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가던 아바나의 바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가 있다. 모히또 한 잔을 마시며 수많은 이름들 하나하나를 읽어내려가다 Hindenburg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하르마겟돈이나 라그나로크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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