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8.

글, 그리고 폭력

 


오히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정 부분 타인의 정신과 감성을 지배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폭력성을 내재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행간을 따라 읽는 이의 정신은 조작된다. 육체의 하중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언어의 하중으로 누른다. 글은 내밀한 지배욕의 소산이다.


그리고 나는 그 폭력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written by 하헌기

painted by egon schiele

2022. 8. 15.

가격의 시대

 


책방에서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과 명작들이 싼값에 팔리고 시대는커녕 한 계절조차도 살아남지 못할 책들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이런 것이 비단 책뿐인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것들은 너무나 싼값에 팔리는데 비해 없어도 잘 살 쓸데없는 것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가격은 가치가 아니고 데이터는 지식이 아니며 또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영혼이나 지혜도 담기지 않은 엑셀과 모델을 돌려 튀어나오는 숫자를 가격이 아닌 가치라고 일컫는 우리는 얼마나 오만한가.

우리는 가격이 가치를 꿀꺽 삼켜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값의 시대다. 가치 따윈 증발하고 그 자리에 희멀겋게 남겨진 소금기 마냥 가격만 남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나 역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그런 모순에 빠진 흔한 바보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좀처럼 이 어리석음을 끊어내지 못한다. 그 대가가 무척이나 혹독하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The empire of lights 

paint by René Magri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