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3.

고루한 비관론자를 위한 해는 없다(No year for old bears)


KOSPI지수

보통 시장의 변곡점이 아닐 때엔 시장이나 경제에 대한 글을 잘 올리지 않는데, 작년을 돌이켜보니 총 25개의 시장 관련 포스팅 중 15개를 위의 두 달 사이에 올렸다. 주가가 큰 폭으로 폭락한 1월의 마지막 금요일, 나는 이 공포가 크게 번질 것이라고 전망했고(링크) 이후 대부분의 글은 시장이 어떻게 패닉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제 베어마켓이 끝났다는 포스팅(링크)을 올린 것이 4월 3일이니 사실상 작년의 투자실적의 거의 대부분은 저 60여 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글을 통해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봄에는 겨울을 생각하면 안되고 번개는 같은 곳에 두번 떨어지지 않기 마련이니까. 그 생각은 2021년에도 변함이 없다. 올해 시장은 전형적인 회복기 패턴을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고, 그로인해 기업들의 생산성과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며 또한 생존자들의 마켓쉐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목도할 것이다. 반면 시장 심리가 아직 취약하기 때문에 작은 헤드라인에도 발작을 일으키는 날도 겪을 것이고, 또 이례적인 환경에서 과도하게 오른 종목들이 반대로 조정을 주도하는 순간도 있으리. 하지만 그 뒤에 강력한 성장회복세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매일 매시 매분의 가격 움직임에 집착하는 트레이더들은 종종 큰 흐름을 망각하곤 한다. 갑자기 주가가 순간적으로 1%라도 내려가면 다시 폭락이 들이닥친 것 마냥 패닉 하기 마련이고 주가가 또 그만큼 반등하기라도 하면 호황이 찾아온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조증과 울증을 발작적으로 겪는다. 하지만 커다란 조류 앞에서 수면의 잔물결은 쉬이 잊혀지듯 큰 트렌드 앞의 작은 가격움직임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내 전망은 작년 4월 3일과 다르지 않다. 최악의 순간은 이미 예전에 지나갔으며 향후 몇년간 경제는 2020년에 잃어버린 성장을 어느정도 만회할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정부의 전례 없는 적극적인 조치로 시장안정에 대한 발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며 무엇보다 빠른 유동성의 증가가 자산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남겠지. 늘 그랬듯이. 

과거의 패턴을 보면 위기 직후 12-24개월 내에 주식시장은 10-20%의 조정을 겪곤 했다. 그날이 오면 우리가 잠시 덮어두었던 지난 3월의 비관론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지만 누차 말했듯 우리는 모두가 비관적일 때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반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큰 그림에서 과거를 보면 위기가 온전히 지나간 뒤 연간으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예는 무척 드물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고루한 비관론자를 위한 해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