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

트럼프 긴급 기자회견

  • 뉴욕에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깼다. 어제 블로그에 썼던 것과 비슷한 내용을 친구에게 애기했더니, 분명 내가 이걸 보고 싶어할테니 깨운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뻔뻔한 멘트를 날리면서. 에휴. 한숨 내쉬다가 대충 졸며 듣다가 그제서야 미국에서 우한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 나라마다 전형적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 맺혀 죽은 귀신이고, 추운 지방에서 살던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는 강시(얼어죽은 귀신)가 있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은 그 문화권이 가진 가장 큰 두려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럼 미국 공포영화의 클리셰는 무엇일까? 바로 좀비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가장 큰 공포는 감염/전염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민족 이민자들로 시작한 미국은 필연적으로 병균과 바이러스의 용광로였으니까. 미국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에서는 정말 세계 모든 바이러스와 세균을 채취할 수 있었다고.
  • 그런 두려움을 지닌 나라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우한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했고 그 중 첫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별다른 공포가 없는 우리나라는 첫 사망자가 나와도 대통령이 짜파구리나 먹으며 히히덕대도 맞아죽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던 것은 자식을 잃은 한이었듯, 미국의 대통령을 갈아치울수 있는 것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다. 수 억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수십 조 원을 다루는 펀드매니저도 결국 감정에 휘둘리는 일개 사람일 뿐이고 그의 가장 근원적 두려움을 건드리는 일이 터진 것이다.
  • 자꾸 지난 전망을 수정해서 머쓱하지만 나는 이제 파웰 혼자서 시장을 구원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통화정책만 으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도 없고 수요의 반등도 없으며 무엇보다 시장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지울 수도 없다. 공포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행정부 뿐이다. 나는 트럼프가 그럴만한 카리스마와 능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를 확인할 때 까지 고통스러운 하락을 겪게 될 것 같다.
  • 비록 정제된 언어로 조심스럽게 언급하긴 했지만, 트럼프행정부는 한국의 일부 도시에 4급 여행경보를 걸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행금지령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노노재팬 이후 반년 만에 다시금 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는데 이 모든 일이 터지기 고작 몇일 전에 우한폐렴은 별 것 아니니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며 큰소리 땅땅 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혜안이 너무나 눈부시지 않은가! 세계 최고의 생물학 전문가들이 포진한 한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댓글 24개:

  1. 왕이고 책사고 눈만 꿈벅 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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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표 잘못 한 죄를 갚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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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은 총재 설레발도 웃기지만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면서 무연고 첫번째 사망자에 대해 한 마디 애도도 없는 게 충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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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음의 정치에 익숙해서 비극에 무디어져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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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나라의 위기가 오래 지속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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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혹시 이전에 '위기를 아기다리 고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라는 제목으로 쓰셨던 현금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겐 그렇게 기다리던 그들만의 호재가 와버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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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금이 나머지 자산을 연간수익률로 앞설 때는 극심한 경제위기때 뿐입니다. 그럴 것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장이 그렇게 프라이싱할 때 까지 하락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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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제 느낌은 8부 능선을 넘은 느낌인데 아직 2년 3개월 더 남았다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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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안녕하세요. 뜬금없지만 금리를 후려치면서 동시에 경기가 죽어버리면 혹시 스테그 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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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10년간 자산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올랐는데 생산성의 향상과 세계 gdp성장 평균은 내려왔습니다. cpi만 높게 안찍힐 뿐이지 넓은 의미에서 현재가 이미 스테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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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선생님 항상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반등을 데드캣바운스로 보시는지 아니면 금리인하로 인해서 리스크가 해소 됐다고 보시는지 고견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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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리인하는 통상적 시장공포에 대응하는 방법이지 지금처럼 판데믹 상황에서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더 저점 테스트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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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한마디에 힘을 얻어 홀딩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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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제 다우지수가 역시 기록적인 상승을 했습니다. 기록에 기록을 거듭하네요. 저는 전문투자자는 아니지만 아주 오랜만에 계좌에 돈을 넣고 장 막판 숏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금일 장이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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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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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무 뻔하지만 리스크 헷지 측면에서 항공주, 호텔주 매도입니다. 유럽에 살고 있는지라 유럽 증시도 보고 있다가 오늘 루프트한자도 급등하길래 매도포지션을 잡았습니다. 10% 상승일때 잡으려고 했는데, 우물쭈물하다보니 +8%에 매도를 했네요. 차주까지는 등락 신경 안쓰고 홀딩해 볼 예정입니다. 동네 마켓에서 이미 사재기를 시작했는데 증시 반등이 생각보다 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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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정보를 받기만 하다가,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가지 남깁니다.
      EU : 코로나 위험수준 상향 (보통→높음)
      독일 : 독일 내 Risk 상향 (전주까지 낮음, 금주부터 중간), 확진자 인근 마트
      사재기 기승
      프랑스 : 코로나로 인한 경제영향률 상향 (기존 0.1% → 0.3%)
      폴란드 : 한국행 항공편 축소 (3월 2일 결정)
      ECB : 코로나 대응 회의 3월 12일로 확정
      + 영국 : 3월 28일까지 코로나 발생지 항공편 대부분 취소 (3월 3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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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소방관 파월은 소방차대신 소방헬기를 타고 왔군요. 동쪽 어디 작은나라는 소방서가 있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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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방헬기는 맞는데 물이 적어서 끄다 말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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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 불이 너무 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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