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9.

trading the fear

S&P500 weekly in log scale
어쩌면 지난 10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오늘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꼴딱 밤을 새웠다. 오늘 미국 주식이 반등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고꾸라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략이 달라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포스팅에서 나는 이번 베어마켓이 지난 10년 중 top5안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정정한다. 이번 주 미 증시의 폭락은 절대값으로는 물론이고 로그스케일*로도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세번째로 가장 커다락 낙폭을 보였다. 이보다 더 큰 폭락이 나타났던 적은 금융시장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조차도 잘 알고 있는 IT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뿐이었다.
 
당신의 경력이 10년을 넘기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익숙했던 투자패턴과 필승의 공식은 모두 잊어라. 역사적으로 드문 폭락이 시작될 때에는 지난 몇년간 지켜졌단 자산간의 코릴레이션이 모두 깨지고 시장은 당신의 상식을 벗어나 움직이게 된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폭락할 때 미국 테크 주식을 사면 좋다든지, 미국 주식은 코스피보다 아웃퍼폼 한다든지와 같은 상식이 모두 삐걱거리며 어긋나게 된다. 당신의 감을 믿지 말고 경험에 의존하지 마라. 당신이 리만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 이제부터의 시장은 당신이 겪었던 것과 매우 다르게 전개될 것이므로.
 
아마 이 블로그를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내가 지난 몇년 동안 세계 경제에 대해 별 다른 전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왜냐면 변곡점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분명히 변곡점에 있으며 지금이 12년 만에 처음 찾아온 민스키 모먼트인지, 아니면 흔하디 흔한 단기 베어마켓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결국 세계 중앙은행들과 정부가 금융/재정 정책을 공격적으로 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붕괴가 오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아마 리만을 다시 겪게 되겠지, 아멘) 현재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이들이 조만간 비명을 지르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큰 순간에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은 아직 낙관론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뿐.
 
지난 몇년 간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시장이 두번째 패닉을 겪기 전 잠시 반등하곤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dead cat bounce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죽은 고양이를 떨어뜨리면 바닥에 부딛친 뒤 한번은 튕기겠지만 그게 고양이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아니듯이, 폭락하는 주가가 잠시 반등한다고 해서 그게 꼭 상승모멘텀이 살아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보면 바이러스보다 인간의 건강에 더 해로운 것은 경제불황이다. 부디 우리가 거기까지 가지는 않기를.
 
바이러스에 대한 시장의 패닉은 1/31 수준을 한참 넘어섰지만 그 뒤엔 보다 무서운 것이 숨겨져있다.
 
 
*일반적으로 지수는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니 차트를 절대값으로 단순비교하면 과거의 폭락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심지어 대공황시기의 다우존스의 폭락조차도 장기차트를 절대값으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보이니, 이러한 오류를 최대한 보정하기 위해 로그스케일 차트를 보기도 한다.   

댓글 18개:

  1. 이런글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어제 글을 읽고 지난 모든 블로그 글을 다시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 글을 보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저 역시 오늘이 불황의 서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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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 막판 반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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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나라의 멍청한 총재와는 다르게 파웰이 자신의 할 일을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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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유럽도 곧 중국몽에 동참할듯 하니 경기불황 장기화는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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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경제 위기가 부동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주식 시장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갈지, 아니면 둘다 망가질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수도권 부동산과 지방 부동산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겠네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이 많이 내려갔죠. 상대적으로 지방 부동산은 선방하고...)

    고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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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웰이 통화/재정정책으로 대응한다면 부동산은 다시 상승할 것이지만 금융위기가 온다면 단기 충격을 피하기 어렵겠죠. 전 전자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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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장 막판에 반등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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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moneyclass&no=11971&page=1 OECD 데이터 상에서 한국이 일본을 1인당 GDP에서 추월했습니다. 타 기관의 데이터를 보면 아직 추월까지는 거리가 있어보입니다만, 왜 OECD는 타 기관과의 괴리율이 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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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제 막판에 파웰이 예정없는 회견으로 시장이 좀 움직인듯 싶네요. 나스닥 선물 장중 변동성은 역대 최대였던듯요 300포인트 가까이가 위아래로 그것도 몇분 안에 스윙하는건 처음 보네요. 이정도의 채권시장 반응이라면 3월에 50bp 인하도 단행 해야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데로 안이하게 시장을 볼만한 시기가 아닌거 같아요. 벌어먹고 살기 쉽지 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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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게요. 저는 꿈이 한국은행 총재가 되는 겁니다. 생각없이 살아다 남들이 내리면 같이 내리고 1년에 9번 기자회견 열어서 뻘소리하다 1년에 한번 국회 나가서 혼나기만 하면 명패주고 월급주고 밥주고 기사주는 꿀보직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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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제와 오늘 포스팅 너무 흥미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이 신용 사이클의 막바지 쯤에 와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 와중에(이게 주입된 생각인지, 주변에서 의례 그렇게 얘기하니까 따라 뱉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동성과 경기 반등이 밀어올리는 상승장 혹은 마지막 급등장세라고 흐름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무역분쟁과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와중에,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는 완전 돌발 변수라고 생각을 했고, 앞서 말한 큰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시적 침체를 만회하고자 중국과 미국이 재정+통화 부양책을 쓴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되고 난 다음의 상승장은 보다 짧지만 보다 강력하게 오를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의 우려가 가격에 상당 부분~판데믹으로 진화해 펀더멘탈에 상처를 내는 수준까지는 안간다는 전제 하에~ 반영되어있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ines/221829751216)

    올려주신 두 포스팅을 읽고 나니 현재의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매우 큰 위기에 놓여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파월이 소방수로 등판해 기존 부양책에 대한 우려(매파적 파월)를 씻어낼 수 있었던게 정말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추가로, 중앙은행 수장이 수장 역할을 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참 부럽기도 하구요. (이주열 총재는 지금 당장 기계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어보입니다.)

    저는 어제 긴급성명을 보고 최악의 상황이나 다음 주 추가 급락은 피했고, 정해진 경로(1. 코로나바이러스가 불확실성을 낳지만 실물경기의 펀더멘탈을 중대하게 해치지 못함. 일시적 이슈로 종결됨. 2. 부진한 1Q 지표를 만회하기 위해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3~6월 중 부양책을 쓰고, 재선이 걸린 트럼프도 재정정책을 밀어붙임.)로 갈 경우 더 짧은 기간에 더 강한 상승장이 오고 언제가 됐건 1~3년 안에 리세션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HHMM님 의견은 어떠실까요?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말씀해주시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투자를 시작한 지 3년 밖에 안되어서, 언제나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이 무너지는 하락에 대해 레버리지를 쓰는 입장에서 시장 아웃에 대한 경계심이 있고, 아직 한 사이클(01~08, 09~현재)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다시금 좋은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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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금 뉴욕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받고 깨서 트럼프 기자회견을 봤는데 자꾸 제 생각이 달라지네요. 파웰의 이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고 트럼프가 공격적으로 펴는 재정정책을 민주당이 승인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듯 합니다.

      여전히 저는 이게 신용사이클의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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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감사합니다 ^^ 저도 고민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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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선생님글이 금융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 저는 이해할 수 는 없지만 저런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지금도 서울의 지분좋은땅(아파트)를 늘려가는것에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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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상을 나에게 맞추는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맞춰야죠. 첫 집은 늘 살 수 있을때 사는겁니다. 금융위기 오면 뭐 살던 집에서 쫒겨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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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선생님 저는 일단 거주할 주택은 전세레버리지로 최대한 활용해서 강남부근으로 마련했는데 대출제한때문에 아직은 못들어가지만요. 앞으로 여유생길때마다 투자로 서울 아파트를 투자하려고 합니다 재개발이던 재건축이던...다른 투자는 주식도 어렵고 해서요 항상 고견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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