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8.

한국은행이 울린 레드얼럿

오늘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총재를 보아하니 앞으로 3달간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크게 망가질 것 같다. 그의 이율배반적 태도와 언행은 현재 세계 금융시장이 처한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반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투자와 소비가 망가지는 것이 너무나 확실한데도 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총재는 이 전염병이 3월에 고점을 찍고 나아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여기에 지금 모든 금융시장이 애써 외면하려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오늘의 기자회견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기자들을 회의실에 모으는 대신 미리 서면으로 질의를 받고 두 한국은행 직원이 대독하는 것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없었던 유튜브금통위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위화감을 느꼈으리라. 단일 사건으로는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금통위를 화상으로 진행해야 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위험하다면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외부행사와 모임을 취소할 것이며, 또 과연 그들이 투자에 나서겠는가. 또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그들의 경제활동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그렇게 2월 한달간 경제는 박살이 났고 다음 3월은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1분기 중 2/3동안 충격은 이미 확정이니 이번 분기는 기존 예상치가 무의미할정도로 망가질 것이고 또 이 충격이 다음 분기까지도 이어질 지, 또 얼마나 오래갈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인데 총재는 바이러스 확산이 3월에 피크를 찍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요새는 한국은행이 감염내과 의사들이나 생물학 박사들도 뽑나. 총재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자신이 가장 인하하고 싶지 않을 4월에 멱살잡혀 강제로 인하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총재의 저런 한심한 모습이 현재 금융시장에 만연해있다는 데에 있다. 폭락은 대개 늘 아는 위험이 아니라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나.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할 때고. 지금 우리가 그렇다. 우한폐렴이 확산된 첫날부터 생물은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우리 문돌이 금융인들은 이 사태가 별게 아니라며 무시하곤 주식을 추천하기 바빴다. 확산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허둥대다가, 이제 중국에서 숫자가 잦아들자 다시 주식을 사들였다 중국 외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투매에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1월에 했던 똥개훈련을 2월에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이 바이러스의 지구적 확산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이 바보짓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대중이 생필품을 사들이느라 마트에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이를 반영해서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3일간 거의 10% 가까이 반등할 정도인데, 동시에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들은 게시판에서 저점매수를 기다리고 있고 실제로 다수는 이미 행동에 나섰다. 그렇게 외국인들이 지난 1주간 약 3조원어치 주식을 파는 동안 그 매물은 모두 개인이 받아갔다. 즉 바이러스와 세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집단이,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사람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믿는 것이다. (현재 이와 같은 양상은 미국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주간 주식거래동향
개미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에 그랬으니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는 점. 과거는 미래예측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지표이니 그 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늘 과거와 현재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유념 해야한다. 미국 주식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약 5 거래일 동안 8%이상 하락한 경우는 모두 5번이 있었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2011년 7월: 미국채 신용등급 강등 + 유럽위기
2) 2015년 8월: 중국 주식의 폭락 + 위안화 급격한 절하
3) 2018년 1월: 미국 10년 금리의 급격한 상승
4) 2018년 말  : 미중 무역분쟁 + 연준 금리인상
5) 현재

앞서 네 경우는 모두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되었거나 혹은 금융시장의 일시적 불균형, 예를들면 경제가 안 좋은데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오른다던지, 연준이 지나치게 금리를 올린다든지 등등 때문이었다. 그런 요소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주가가 빠지면 트럼프와 시진핑은 날을 세우고 싸우기보다 화해를 모색하게 되고 브렉시트를 이끄는 영국 총리는 요구조건을 완화한다. 또 연준은 금리인상 대신 인하를 고려하게 되며 올라간 시장금리는 자연스레 내려온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의 위협은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는 주가폭락과는 상관없이 창궐할 것이며 경제나 통화승수 PER따위에 연동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판데믹이 어떻게 진행될 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굳이 위 네 사례와 비교한다면 1번에 가까울 것이다. 당시에 담보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던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깎이고 나서 세계금융시장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물론 지나서 깨달은 건데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네 경우 중에서 그 1번의 폭락이 가장 심각했다.

당시에도 코스피는 리만 이전 고점을 넘어 무섭게 상승했으며 개미들은 조정이 와도 주식을 더 못사 안달이었다. 어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지고 기업전망이 좋지 못했는데도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20-30%대의 순이익 성장을 외쳤지만 그 허풍은 주가가 2170에서 두 달만에 1697까지 급락하며, KOSPI가 미국 주식을 앞서던 십여년 간의 황금기에 꽝 하고 종지부를 찍으며 끝이 났다. 그 이후로 코스피는 단 한 해도 미국 주식을 앞서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한번 대중들 사이에서 주식은 밀릴 때 사기만 하면 무조건 돈 번다는 맹목적 믿음이 만연해있고 그들은 그 신앙에 따라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트럼프가 아니며 브렉시트와도 같지 않고 파웰이 통제할 수도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애써 이를 간과하려고 하지만 unknown unknown은 늘 도둑같이 닥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의 유튜브 금통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이 모든 모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수십 명의 기자들로 번잡했던 회의실은 휑하게 비워진 채 책상 하나 만이 떨떠름한 모습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었고, 거기에 더럽게 인기 없는 소극장의 공연에 억지로 끌려나온듯 한 세명의 직원은 멀찍이 떨어져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스탠딩 코미디는, 학위는 커녕 중학교 생물학도 다 까먹었을 우리 총재님께서 우한폐렴이 곧 수그러들 것이기 때문에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를 빵빵 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우한폐렴 때문에 최초로 유튜브금통위를 열었지만 사실 별거 아니니깐 금리는 동결이라고 일갈하는 뒷북 이주열 총재

댓글 19개:

  1. 글 잘 읽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의 경기부양(금리인하)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일본, 유럽)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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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번도 가본적 없는 길이기 때문에 걱정이네요
    금융의 위기가 실물자산(부동산)으로 번진다면 걷잡을 수 없을것 같습니다.

    생각해본건데, 2008년의 경험을 삼아 전세계적으로 다시한 번 현금살포파티가 또 재현되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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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실물자산으로 번진다면.." elaborate된 글을 써주시면 참 유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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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직 트레이더로서 많이 공감도 되고, 다른 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답글은 처음 달아보네요. 아주 작은 지적이지만, 2011년은 8월 초에 패닉셀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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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락은 7월 중반부터 시작해서 패닉셀은 말씀하신대로 8월 초 미국 다운그레이드와 함께 시작됐던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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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금리내리면 부동산으로만 또 돈이 갈 꺼 같아서 고민되긴 하겠네요.. 저는 현재 미국주식 계좌 손실이 매우 큽니다.. 금융주 위주로 투자했는데 그냥 버티는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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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의 폭락 패턴을 비교해보면 두번째 폭락 전 반등이 옵니다. 하락폭의 50-80% 정도 되돌림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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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요즘 떠도는 조선족 여론조작설 믿을만 하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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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이 가진 가장 큰 자원이 사람 수인데 그걸 활용 안할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순진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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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코로나와 안전자산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일반적인 경제 위기때는 금값 상승이 동반되었었는데요.. 이번 코로나 건은 금값이 상대적으로 잠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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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융불안의 가장 큰 징조 중 하나가 과거의 자산간 상관관계들이 모두 부서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위협 자체보다 시장에 만연한 게으른 낙관론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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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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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기술적 반등이 아무 의미 없는 장이 되버린거 같습니다. 공포는 무한하고 희망은 온데간데 없네요. 한은은 애초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니 평소에 기대를 안하곤 하는데, 이번 2월 금통위에선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네요. 미국채 2년물이 1% 밑으로 빠져버린 상황에서 3월 FOMC 는 인하가 확실해보이는데, 미국이 인하하면 한은도 인하하는데 부담은 좀 없겠네요.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시장 방향을 어찌 보시는지요? 유일한 희망은 빠르게 조정된 시장이니 만큼 시기적절하고 옳은 정책 실행으로 빠르게 반등하는것 뿐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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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믿을 것은 파웰 뿐인데 그가 만약 호키시하다면 우리는 우한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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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글 무료로 읽을 글 실력이아닌데 굉장히 잘 읽고있습니다. 감히 이야기 해보자면 경제는 물론이고 지리적인 정보 지정학적 영항과 그에 수반한 이권을 굉장히 잘 아시는분 같습니다.저는 서양에서 사망자가 속속히 나오는 그때 낙관론이 파괴되고 주가가 폭락할거 같습니다. ps.코카콜라를 보니 주가가 15퍼센트가 증발해버렸는데 이에 대한 고견을 들을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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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순히 주식 하락장이 아니라, 본격 패닉장의 초입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던 모든 관념들이 깨지는 겁니다. 코카콜라같은 배당주는 자고로 경기 방어주여야하는데 그런 방어주들과 금이 같이 박살나는거 보니 패닉장이 시작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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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늦은시간에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소액 현금 자산으로 지금 주식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코로나의 전파력과 치사율등이 감이 잡히지않네요 대기농도를 보면 중국은 코로나가 종식되어가는듯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아직모르겠고 서양국가들은 지금부터 시작인것 같은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카오스 이론을 보는듯하네요 희안하게 선물 금도 폭락했고 코카콜라는 주가15퍼가 증발해버렸고 도무지 감이 잡히지않습니다. 서양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한국처럼 급증할떄 우리나라는 라임자산같은 모럴해저드부터 시작해서 제2의 imf가 터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은 무엇일지 기대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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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집중해서 읽다보니unknown을 스펠링이 너무 신경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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