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2.

소로스의 실패한 중국 숏 베팅

영란은행을 무너뜨린 남자. 다소 과장된 별칭을 지닌 조지 소로스가 이번엔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버블붕괴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미 이를 목도하고 있다."라는 공격적인 멘트와 함께 그는 중국 통화에 대한 숏 포지션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와 그 추종자들의 실적은 참담하다. 역외 위안화는 고점대비 약 3% 절상되었고 여기에 캐리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조만간 그의 손실률은 영란은행을 무너뜨러 얻은 수익률의 절반에 이를 것이다. 많은 헷지펀드 매니저들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어리석은 중국! 너희는 통화를 절하시켜야 해!"라고 외치겠지만 무심한 시장이 비웃고 있는 것은 중국 중앙은행이 아닌 그들의 손실 가득한 실적표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그들의 분석은 분명 무엇인가 잘못되어있다.
 
아무도 그들의 경기전망을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는 당분간 7% 성장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이고 그림자 금융과 같은 이슈들은 중국 경제에 짐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 중국이 금융 자유화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다면 금리는 더 낮추고 위안화는 계속해서 절하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중국 인민은행(PBOC)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헷지펀드들의 실수는 중앙은행의 상황 통제력을 간과했다는데에 있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3.2조달러로 최대치였던 4조달러보다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보다 50%나 더 많다. 게다가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은 외국인이 중국의 자산을 빼가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국인들이 자본을 해외로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후자의 경우 내국인들 대상으로 한 몇몇 제제,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도 이 유출은 다소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중국이 개방화 된 이래 지속적으로 쌍둥이 흑자(자본/경상)를 누적시켜왔단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십수년 간 누적된 세계 최대규모의 쌍둥이 흑자가 불과 2년만에 동이 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달러를 가진 정부이며, 2-5위의 외환보유고를 합친 것 보다도 더 많은 액수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다면 세계 어떤나라도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지 못한 셈이 되며, 만약 그렇다고 믿는 경우 지금은 중국 통화에 대한 숏 포지션을 취할 것이 아니라 세계 금융시스템이 다시한번 위협받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
 
비유하면 중국은 치통을 앓는 환자와 같다. 치과에 가서 썩은 이를 빼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가 오늘 치과를 갈거라고 예측하는 것은 아주 다른 논의가 된다. 중국은 통화를 절하시켜야 하지만 만약 본인이 안하겠다고 버틴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무역수지 흑자국이 비용만 지불한다면 필요한 완화정책을 무시한 채 20년도 버틸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웃한 일본 중앙은행이 증명했다. 그러나 일부 헷지펀드들은 또 한번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웠고, 중국중앙정부는 이를 서구 금융자본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PBOC 중앙은행장은 일회성 평가절하는 없을 것임을 천명했고, 공산당 기관지의 사설은 소로스를 대놓고 비웃었다.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만 않았다면 위안화는 별 탈 없이 절하됐을터인데, 헷지펀드들은 베팅을 해놓고 명성까지 얻으려다 돈과 명성을 모두 날리게 된 셈이다.
 
조지 소로스는 일반 시장 격언에 반대되는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믿지 않으며 종종 틀리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는 그 잘못된 부분에 베팅한다. 그러나 결국 소로스 역시 시장의 일부이지 않은가. 단지 이번에는 그 "틀린 시장"이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라는 격언을 무시한 본인이었을 뿐이다. 사실 그가 베팅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로스의 펀드는 98년이래 두차례나 홍콩달러에 대한 베팅에서 큰 손실을 낸 전적이 있다. 하필이면 이번 그의 상대는 또 중국 당국이다.
 
 
*현재 주 외화유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기업들이 보유한 해외채무를 상환하려는 압박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의 총 해외채무는 약 3조달러로 얼핏 듣기엔 외환보유고와 거의 엇비슷해 불안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 기업들의 3조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그들이 3조달러의 자산을 보유했단 말과 같다.(일부 국내로 환전되더라도 중국의 통화특성상 그들은 중국인들에게 달러를 팔았을테니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해외채무를 갚는 것은 달러부채는 없애고 달러자산만 보유하는 일종의 롱 베팅일 뿐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차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만약 달러 자산을 담보로 달러를 펀딩할 수 없다면 그건 달러머니마켓의 문제이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집을 산 뒤 담보대출을 받아왔는데, 갑자기 대출이 안된다면 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문제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여러 외은에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다는 여러 리폿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에겐 오류가 있다. 앞서 밝혔듯이 중국이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다면 세계 어떤나라도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지 못한 셈이 되며, 그 말은 모든 나라들이 달러를 더 과잉으로 보유하는, 국제 불균형을 심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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