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0.

알파고와 등신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신문 방송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어쩌고 하며 호들갑을 이어간다. 기자들과 비 전문가들이 쓰레기 글 더미를 쏟아내는 속도와 양은 충격과 짜증을 동반한다. 심지어 문학평론가에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묻고 이를 1면기사에 실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했다. 그가 인류사와 인간의뇌, 그리고 알고리즘에 대해 내 조카보다 아는게 뭐가 더 있단 말인가. (이쯤 되면 무식이 거의 광기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저런 멍청이들과 사느니 차라리 알파고와 대화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어서 오는게 나을듯 싶기도 하다.

저런 멍청이들은 이 현상이 7천년 전 부터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 기원전 5천년 쯤, 메소포타미아의 한 지방에서는 암기력 대결이 펼쳐졌을지 모른다. 기억력이 비상하게 좋은 한 현자와 바닥에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다시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과거의 모든 것들을 떠올려 낼 수 있는 마술사. 5판 3승제의 승부는 그 마술사에게 돌아갔고 사람들은 모두 그 마술사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대신 그는 모두에게 이 마술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 마술의 이름은 문자고, 현재 알파고에 대해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쏟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선사시대 이전 원시인들의 모습과 똑같다. 그리고 그 이후 돋보기 축음기 계산기 데이터베이스 등, 인간의 뇌를 보완해주는 장치들이 나올 때마다 저 원시인들은 어김없이 등장해 호들갑을 떨어왔다.

자칫하면 멍청이들이 주최하는 호들갑의 축제에 휘말리기 쉽다. 인간의 진수는 창의력과 고난이도의 사고력에 있고 알파고의 승리는 그 영역이 인공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로부터 나온다. 인간의 뇌도 하나의 인공지능과 정확하게 같다. 때가 되면 분열하고 영양소를 보면 분열하라 라는 명령어를 따르는 아메바부터 출발하여 수십억년의 진화과정 속에서 명령어를 점차 추가하고, 그 결과 우리 뇌에는 수억 수십억개의 논리회로들이 결합되어 있다. 창조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행위들도 사실상 이 명령어들의 다양한 조합 덕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창조성이나 사고력 또한 언젠가는 인공적으로 복제될 것이다.

인간 뇌의 우수성은 창조력이 아니라 그 효율에 있다. 알파고는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뒤 수백억을 투입해 이세돌의 바둑에 특화했고, 전력소비 서버유지 관리 네트워크 유지 등에 수백억을 쓰지만, 인간의 뇌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그라고 몇몇 무기물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태양광 전지와 식물의 광홥성 과정을 비교하면 그 효율의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공 기술로 만들어진 기관과 분자수준에서 재조합된 생명체의 에너지효율은 차원이 다르다. 인공지능이 인간 뇌의 효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뇌의 한계로 여겨진 망각 감정과 같은 기능들도 사실 한정된 뇌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장치들이다. 망각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을 의식영역 내에서 지워 우리 뇌가 중요한 정보들에 집중하도록 돕고, 감정은 상황에 따라 뇌가 쓸모없는 기능을 억제하고 필요한 기능을 강화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들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아주아주 발전하게 되면 그는 인간의 뇌와 별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수억년의 진화 역사 가운데서 인간의 뇌가 가장 효율적임이 증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고서는 곧 회사는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데 수퍼컴퓨터를 사고 전기료를 내는 것보다 인간을 쓰는게 더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코올이 뇌에 충격을 주도록 술을 마시는 것이 사회생활이고 취재원 확보라고 믿는 머저리 기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당신들은 알파고가 너네 직업을 대체할거라며 불안해하겠지만 걱정하지 말라. 돈을 들여 워크스테이션을 장만한 뒤 인공지능을 설치하고 그를 관리할 전문인력을 뽑는 것 보다는 푼돈을 주고 당신같은 저급두뇌를 쓰는게 더 경제적이다. 기자들의 월급이 낮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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