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30.

Fed의 인상 vs 전세계의 금리인하

작년 12월, 연준은 7년간의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고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주식, 채권, 상품, 외환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으로 화답했고 2016년의 시작을 시끄럽게 열어 젖쳤다. 국내외의 경제지들과 기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관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경제가 실제로 회복 사이클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중심인 미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지표는 바로 고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5.0%로 내려와 있으며 리만사태 이후 없어진 일자리보다, 새로 생긴 일자리가 더 많아졌다. 이에 따라 S&P주가지수는 리만 전 고점 수준보다 약 20%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적절한 정책이다.

그런데 왜 다른 나라들은 디플레를 우려하며 금리를 인하하고 있을까? 그 답은 바로 통화량에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며, 대출을 규제하거나 양적 완화를 실시하는 모든 이유가 바로 이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본원통화와 그 배수인 통화승수로 구성된다.(Mb x m) 쉽게 말하면 1-본원통화와 2-신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이유는 경제 위기로 2번(신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때 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1번(본원통화)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데 나머지 나라들은 금리를 인하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승수는 6분기 연속 반등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시스템이 디레버리징의 추세를 마무리하고 새로이 신용을 공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연준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본원통화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 반면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타 지역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신용이 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본원통화를 공급해도 통화량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ECB는 더 강력한 양적 완화를 실시해야하며, 지난 금요일 BOJ의 공격적 조치는 올바른 정책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는 달리, 다른 모든나라는 통화승수가 줄어들고 있을까? 그 답은 2010-12년의 잘못된 통화정책에 있다.* 2008/09년,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각 국 정부는 지출을 급격히 늘리며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당시 명목금리는 최저수준으로 내려왔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급락하여 실질금리가 충분히 낮아지지 못하거나, 되려 올랐는데 이에 연준은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장기실질금리를 낮춰 경제를 부양했다. 하지만 이듬해 신용경색에서 벗어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되는 것 처럼 보이자 다시한번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과거 일본의 장기침체 사례를 연구한 버냉키는 아직 미국경제가 회복 가능한 탈출속도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했지만 이는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미국의 상하원이나 월가에서조차 거센 공격을 받았다.  

통화정책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연준의 돈풀기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주장들을 내놓으며 자국 중앙은행들에게 금리를 올릴 것을 주장했고, 그 결과 Fed를 제외한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이 시기에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로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일시적으로 높게 찍힌 것이지, 경제회복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는데 섣부르게 금리를 인상하여 전세계가 디플레이션 충격에 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당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난하고 있다.

즉, 미국은 2010-12년에 거의 유일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은 중앙은행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견실하게 회복단계에 진입 할 수 있었고, 다른 모든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나서야 뒤늦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 Fed가 양적완화를 거듭 실시하자 사람들은 연준이 하이퍼인플레를 일으키려 한다며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다가오는 디플레의 충격을 그나마 줄여준 거의 유일한 중앙은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맞고 나머지가 틀렸다. 이제 대부분의 미국 경제지표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 적절한 시점임을 증명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디플레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불과 5년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거라고 주장한 멍청이들이 맞을지 아니면 지난 15년간 세련된 통화정책을 시행한 연준이 맞을지 두고 볼 일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규제에 있다. 리만사태의 원인이 지나친 레버리지에 있다고 본 당국들은 바젤III, 도드 프랭크법과 같은 금융규제를 도입하여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제한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을 죄게 되고 그 결과 초저금리 아래서도 신용의 공급이 부진한 것이다.

2016. 1. 4.

Molecular Sciences Between Human Relationship


대부분의 경우 원자는 홀로 존재하는 것 보다 다른 원자와 결합을 형성하여 존재할 때 훨씬 더 안정적이다. 따라서 두 원자가 만나게 되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당겨 점점 더 가까워 지지만, 반대로 원자간의 거리 r이 지나치게 가까워지게 되면 급격하게 반발력이 발생해 상대를 밀어내게 된다. 따라서 이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 평형을 이루는 점을 계산하여 서로의 상태가 가장 안정적인 원자 사이의 "적절한 거리" r을 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홀로 놓여지면 고독과 불안의 상태에 휩쓸린다. 따라서 그는 누군가를 향해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그 거리가 지나치게 좁아지면 어떤 관계든 반드시 강한 반발력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적절한 거리가 존재하며, 홀로 존재하는 한 어떤 이는 누군가를 위하여 그 간격을 찾아 헤메는 기나긴 시간들과 외로운 밤을 지새우게 된다. (2008. 5.22)



*   *   *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와 같은 경험들이 반복되면 내가 다른 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보편적인 거리 r을 체득하게 된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그 거리를 거듭된 실패와 상처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 슬픈 거리를 내가 잊지 않기를.

2016. 1. 2.

과잉과 결핍

우리는 하나의 결핍을

다른 하나의 과잉으로 메우려 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과잉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결핍이 무엇인가 살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