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0.

AI 버블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금융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손 꼽히는 일은 바로 버블을 예측하는 것이다. 자산시장의 거품은 결코 예상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누구도 맞출 수 없다. 그 시작과 끝은 오로지 빵 하고 터진 뒤에나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전투가 끝난 뒤 그 전사자들의 피떡이 진 시체와 부서진 잔해를 치워가면서. 하지만 모든 것을 재단하려 드는 오만한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버블을 예측하려 든다. 이게 버블이다, 아니다, 다만 아직 아닐 뿐이다. 등등. 그러니 나도 그 오만의 탑에 돌 하나를 더 보태보련다. 

신기술의 탄생은 어김없이 버블을 가져왔다. 인류는 생산성의 개선 측면에서 근대 이후 약 다섯 번의 커다란 혁신을 겪었다. 산업혁명, 전기생산, 대량생산, 자동화, 그리고 가장 최근의 IT혁명까지. 그리고 각 단계는 어김없이 주식시장의 커다란 버블을 불러일으켰다. 각 혁신이 실제로 생산성의 개선을 가져오는 데에 비교적 긴 시간이 걸렸던 반면, 각 테마의 자산/주식 가격은 단기간에 빠르게 오르곤 했다. 기대가 현실을 과도하게 앞서 달리다 과열된 시장이 발 디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김없이 폭락이 찾아왔다. 신기술이 촉발한 버블은 그렇게 생겨났다 꺼지곤 했다. 그러니 AI혁명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신기술의 도입과 버블의 붕괴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시점이 어디에 있는지 예단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AI혁명이 기존의 혁신과 구별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공격적인 투자가 탐욕뿐 아니라 두려움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AI섹터를 이끄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의 승자들이 전체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생태계 전체를 불과 서너 개의 인터넷 업체들이 독식한 것처럼 AI 모델과 그 시장도 불과 두어 개, 어쩌면 단 하나의 플레이어가 독점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국가 간의 경쟁에서도 이 구도가 반복된다. 미중 패권경쟁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AI가 있으며 두 나라가 서로에게 번갈아가며 가하는 수출 통제 역시 AI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두려움은 G2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세계무대의 중심에 있다 밀려난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역패권을 꿈꾸기 어려운 대한민국조차 소버린 AI를 외치며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즉 과거의 버블이 탐욕이라는 모티브로 이루어졌다면, 현재 AI혁명은 탐욕 뿐 아니라 공포에 의해서도 견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근원적 차이는 AI로 인한 버블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일반적인 버블은 시장의 수요가 가격을 쫓아오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투자를 점차 줄이며 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튤립 하나가 10만 굴덴의 효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그 구근의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IT버블 역시 기술기업들의 매출이 주가의 상승속도만큼 증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꺼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AI로 인한 버블 역시 같은 경로를 따를 것이라 예측하기 쉽다. 하지만 탐욕과 두려움이 뒤섞이면 좀 더 복잡한 미래가 펼쳐진다. AI에 투입되는 자원이 그 결과물의 시장가치를 현저하게 상회하게 되면 투자가 줄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뒤쳐지면 자신이 공룡처럼 멸종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국가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좀처럼 투자가 줄어들 지 않는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capex지출을 줄일 계획이 전혀 없고, 중국은 미국의 제제로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확연하게 뒤처졌는데도 여전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써가며 비효율적으로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독자적 AI모델을 만드는 것이 별 경쟁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모델을 개발하는데 나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참고로 AI투자에 대한 예산 지출은 여타 복지예산보다 우선순위가 높았던 몇 안 되는 항목 중 하나이다. 모두가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생존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

따라서 우리 앞에 다가올, 어떤 이들이 이미 다가왔다고 말하는 이 AI버블의 끝은 과거의 버블보다도 더 지독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버블이 잦아들 시점에 거대 자본을 가진 국가와 기업들이 가진 실존적 두려움에 떠밀려 계속해서 과도한 투자를 이끌 수 있다는 면에서 더욱 지저분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것도 각 정부들이 가진 재정의 여력이 점점 한계에 가까워져가는 좋지 않은 시점에. 과거의 버블의 고점과 저점은 해당 기술이 가져올 생산성의 개선의 폭과 얼추 비례했다. 그리고 산이 높으면 봉우리도 깊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 AI가 만들어낼 버블은 본래 감당했어야 할 수준보다도 훨씬 더 높이 치솟고 더 깊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본문을 AI에게 던저주고 그린 이미지

나는 투자를 해라 말아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나는 그 버블을 발라먹을 자신이 있어" 라며 자신있게 투자에 뛰어들거나, 어쩌면 과감하게 숏을 칠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투자자들은 늘 오만하니까. 하지만 당신들보다 더 돈이 많고, 더 경험이 많고, 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더 성공하고, 더 지혜롭고, 더 뛰어나고, 더 명석하고, 모든 면에서 나와 당신보다 훨씬 뛰어났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도를 하다 그 버블에 집어삼켜져 파산하고 빈털털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신이 어떤 뷰를 가지고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 날이 오면 분명 우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격이 점멸하는 MTS와 뉴스창에 새로고침을 연타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버블을 맞이할 내 목표는 그 광기와 패닉의 순간에도 올곧게 살아남는 것이다. 

댓글 1개:

  1. 선생님 글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버블을 슬기롭게 피할 수 있을까요 버블임을 알면서도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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