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9.

miscellaneous ideas for my own

  • 재무제표를 분석하다 보면 대개 밑바닥에 miscellaneous라고 표기된 항목들을 발견하게 된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너무나도 작고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그런저런 활동들. 그런 하찮은 것들에 회계사, 재무담당자들 그리고 투자자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모두 뭉뚱그려 miscellaneous profits/expenses라고 표기한다.
  • 하지만 신중한 투자자라면 이 항목들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따금씩 회사가 숨기고 싶어 하는 행위들의 단서가 그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불법이든 편법이든 그 무엇이든. 그리하여 때로는 매출액이나 EBITA가 아닌 바로 이 항목에서 그 회사의 진짜 본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분석하고 투자하고 투기하며 그로 인한 결과에 웃고 울지만 그것들이 내 본질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하루종일 돈을 벌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사회적으로 쓸모있는 사람을 연기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는 그것이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라는 그 날카로운 간극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단지 돈, 혹은 권력, 혹은 명예를 좆느라 그 마찰음을 외면할 뿐.
  •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모를 이 곳에 진짜 내 생각들을 남기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내 실명을 달고서는 아무데서도 할수도 없는-사실 별 쓸모도 없는 그저 그런 잡다한 이야기들. 하지만 나에게는 경제와 시장을 예측하는 것 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도 이 별볼일 없는 생각들이 더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기록하는 것은 대개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한, 철저히 이기적인 행위라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paint by Saul Steinberg

댓글 2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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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면서도 종종 잊게 되네요. 말씀하신 바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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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행하는게 굉장히 어려운거 같네요 또한 남에게 생각을 보이다가 마지막엔 강요하는 제가 정말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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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연찮게 찾아와 처음엔 재미로 보다 이제는 선생님의 글을 몇 번씩이나 다시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부디 많이 벌고 많이 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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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살아 숨쉬는 동안은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쓸 것입니다. 부디 이 블로그를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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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선생님의 쓸모없는 잡담이 다른이에겐 재미와 유익함을 주는듯 하네요. 부디 오래 잡담을 풀어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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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은 괴짜같고 반은 바보같은 제 생각들이 다른이에게 재미와 유익함을 준다면 제게 더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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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니, 쓸모없는 잡담이 이 정도면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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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장전망은 종종 어긋나더라고요(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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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재밌게 잘 보고 있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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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저하게 이기적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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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본모습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멋지십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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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끔은 두렵기도 합니다. 제 진짜진짜진짜 맨 얼굴이 제 글을 못 따라오는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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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선생님처럼 시장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경제흐름을 읽으며 세상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은 대학교 2학년입니다.
    어떤 공부를 하면 금융 비즈니스계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선생님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요즘 취업이 정말 힘들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능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면 남들 보다 더 앞선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을 보면 다들 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 혹은 대기업이 요구하는 동질적인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부는 저 자신의 본질적 발전과 거리가 있다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생각에 대학생 때 어떤 공부를 하는게 좋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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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가지. 영어, 역사, 그리고 수학.

      그리고 금융쪽을 생각하신다면 거기에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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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또한 금융권 직장인이기 때문에 그 가면의 무게와 내적갈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님처럼 사회와 경제현상에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분이면 그 고통이 오죽하시겠습니까 요즘 블로그 댓글들을 보니(제가 처음 이 블로그를 발견했을땐 댓글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죠 후후) 님의 글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지적갈증을 오아시스처럼 적셔주고 있나봅니다 앞으로 찬티뿐만 아니라 안티도 생기겠지요 이 공간만은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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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같은 금융인으로뿐 아니라 덴경대로서도 동질감을 느낍니다. 믓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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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서울대 대나무숲에 [병신오인방]이라는 글이 똑같이 올라왔던데 선생님께서 쓰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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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글은 제가 쓴게 맞는데 대나무숲엔 올리지 않았습니다. 출처만 명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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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주식갤러리에서 선생님글을 퍼갔네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tock_new2&no=4847396&exception_mode=recommend&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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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출처만 명기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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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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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인터넷 여기저기서 보고 되게 인상 깊은 글들이었는데 원 출처가 여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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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선생님의 글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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