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한 것이 10년 전의 일이다(
링크). 그리고 진보 정부가 각종 세금과 규제로 공급을 막아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링크). 그리고 이후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5년 마다 두 배씩 뛰어올라 이제는 10억을 훌쩍 넘어간 지 오래다. 올해 들어 다시금 부동산 가격은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정부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강력한 대출 규제를 들이밀었다. 자, 규제는 하늘로 치솟은 집값을 끌어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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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인류가 마실 식수가 가까운 미래에 크게 오염될 위험이 크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장 미래에 자신들이 마실 물을 사재기할 것이다. 당장 오늘의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 물의 공급이 끊길지 모르기에 모두들 비싼 값에 물을 사서 저장하기 시작한다. 패닉바잉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을 모두 물을 사 모으는데 쓸 뿐 아니라, 대출까지 내서 물뿐 아니라 대형 물통과 저장탱크를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TV에서 갑자기 몇몇 저수지의 물이 마시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더욱 패닉 할 것이다. 사람들을 다른 소비와 투자를 줄이더라도 더 많은 물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병당 300원밖에 하지 않던 생수의 가격은 열 배로 크게 뛰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의 소득을 영끌 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생수를 확보하려고 들 것이다.
그런 와중에 생수부 장관 김 씨가 등장해서 아무 근거 없이 미래의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백날 우겨봤자 사람들의 불안을 부채질할 뿐이다. 그녀는 결국 비참하게 경질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전문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다리 짧고 관종기 가득한 인간이 장관으로 와서 손놓고 놀다 정작 식수가 부족하기 시작하니 재빨리 사퇴하고 도망가고 말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점점 짙어진다. 거기에 뜬금없이 금융당국이 등장한다. "아, 미래 식수가 모자랄지 말지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물값이 폭등한 것은 투기적 수요 때문이야"라며 국민들이 당장 마시지 않을 물을 미리 사들일 경우 페널티를 주기로 했다. 뒤이어 징벌적 물 보유세가 등장했다. 금융권에서 인기 있던 물 담보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얼굴에 기름기 낀 장차관들이 대국민 담화에서 근엄한 얼굴로 미래의 소득을 끌어당겨 과도하게 물을 사들이는 일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일침을 가한다. 올바른 거시건전성을 위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훈시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얼마 못가 고위 공직자들이 뒤로 수백 톤의 물을 쟁여놓고 있었다는 폭로가 등장한다. 정부 예산으로 세종시 생수 특공이라는 혜택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에 그들은 자신들이 쟁여 놓은 물은 실수요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리고서 되려 눈을 부라리며 요새 애들이 물을 너무 많이 쓴다, 오염됐다는 그 물 마셔도 안 죽는다 그냥 마셔라, 라며 국민 탓을 한다. 그렇게 언론이 시끌벅적하게 난리를 피우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각종 대출을 막은 탓에 미래가 창창한 사회 초년생들만 미래에 마실 물을 확보하지 못해 불안할 뿐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과도하게 오른 물값을 낮추는 가장 올바른 정책은 앞으로도 식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양질의 신축 아파트가 부족해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라면, 이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결국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예고했던 대로 공급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제는 일반 수요자들조차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이 공급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판단, 그 차이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서울시 아파트의 공급 부족은 이제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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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택 인허가 수 |
왜 서울시의 공급은 막혀버렸을까. 일반적인 시장 환경에서는 공급이 막힐 이유가 없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한다는 강남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이제 평당 1억 5천만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비는 아무리 고급 사양으로 지어도 평당 1천만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용적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구축 단지도 많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일단 추진만 해도 조합이 수백억 원을 벌 수 있는 수익성 높은 사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종 인허가권을 무기로 그 수익을 적극적으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과이익이 생기면 환수하고,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며 수많은 규제를 덧붙인다. 분양가는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고, 공공시설도 함께 지으라고 한다. 심지어 정부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할 취약계층의 주거 복지까지 조합에 떠넘기며, 너희 돈으로 지어서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사비 상승이 공급 부진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강남 신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에 비하면 건축비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규제와 기부채납으로 뜯기는 금액이 건축비보다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이런 공급 절벽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규제를 바꾸거나 완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관의 권력은 이 인허가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장경제가 수요공급을 이끌면 우리 관료들은 뭘 먹고살겠는가, 누가 우리의 눈치를 보겠는가. 그래서 규제는 늘어나기만 할 뿐,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 문제를 규제완화 대신 완전히 빈 땅에 정부가 대규모 신축을 지어 해결했다. 수많은 신도시들이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먼저 이제는 서울시 요지에 빈 대규모 택지가 거의 없고, 과거처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아 새로 만든 신도시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울뿐더러, 무엇보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경기도 외곽에 살며 출퇴근에 수 시간을 들이는 비용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1970-80년대의 한국을 발전시킨 관 주도의 성장 공식이 21세기에 먹히지 않는 것처럼 과거의 주거난 해소법이 21세기에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서울에 신축 아파트가 없으면 빌라에 살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지만, 정작 빌라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 외곽엔 빈 아파트가 많다"고 하지만, 그 말은 인생에서 총 5년을 통째로 빨간 버스 안에서 보내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역세권 재건축을 장려하겠다"고는 하지만, 세대당 수억 원씩 정부에 바치라는 조건이 붙는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된 방안들만 쏟아내는 사이,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시장이 자신들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는, 급기야 망가진 공급에 맞춰 수요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야 인마, 침대가 너무 짧으면 손님의 다리를 자르면 되는 거 아니냐 이 말이야." 이번에 발표된 6.27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발표했던 수많은 수요 억제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어벙한 정치인들이 설계한 수많은 대책이 그랬듯이,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서 무능한 관료들이 내놓은 수많은 대책이 그랬듯이, 그들은 또다시 당신들의 다리를 슥삭슥삭 자르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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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대통령실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과 연관되어 있고, 가계가 무리해서 집을 사는 이유는 미래의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 그건 내 소관이 아니고, 난 가계부채만 때려잡으면 돼"라고 주장하는 금융위의 모습은 침몰하기 시작하는 배에서 도망쳐 나오는 학생들을 후드려 패며 복도에서 뛰지 말랬지! 라며 외치는 학주의 모습처럼 기괴하고 사악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말만 믿고 따랐던 순진한 학생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건 선장의 책임이고, 나는 교칙대로 복도에서 뛰는 애들만 처벌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선생이 있다면, 그 모습은 얼마나 혐오스럽겠는가. 앞서 든 비유처럼, 빚을 못 내게 막는다고 해서 생수 사재기를 유발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른 소비와 투자를 줄이면서라도 식수를 사 모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 아래서 소비와 투자가 망가진 것은 기재부나 금융위 같은 재경직 부처들이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가계부채의 폭증이라는 현상만 때려잡으려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원인을 되려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으로 비열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공급에 맞춰 수요자의 다리를 자르는 강도의 칼이 무척이나 날카로운 것은 사실이다. 다리가 잘린 시장은 잠시 동안은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은 끊임없이 올 텐데, 언제까지 침대에 맞춰 국민들의 다리를 잘라댈 수 있겠는가? 나는, 그리고 당신들 역시 이 게임을 이미 해봤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옳다고 믿는다면, 네 다리부터 잘라라. 금융위를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는 지방으로 이전하자. 이제 필요 없을 테니 수도권의 집 팔 기회도 드리겠다. 거기에 딸려 있는 대출도 다 상환하시라. 당신의 대출도 엄연히 가계대출의 일부다. 부당하다고? 그렇다. 부당하지. 그런데 당신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짓은 왜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가계부채가 심각한데 그럼 어쩌냐고 되묻는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문제는 공급이야, 멍청아.
문재인 정부때 수도권 공급이 상당히 많았는대(http://www.sejongtv.kr/news/articleView.html?idxno=143149)수도권 집값이 상당히 상승했습니다.그 이유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여쭈고 싶습니다.
답글삭제그리고 재가 아직 22살이고 경제 전공자도 아니라 아는게 거의 없고 무식하지만 재 생각을 말씀리자면
1.초저금리와 진보정부라 집값이 상승할거라는 기대감(노무현때 폭등했고 진보는 복지등으로 돈을 많이 뿌리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이 오를거라는 기대감증가,임기 후반 코로나)
2.박근혜 정부 말기에 전세자금대출을 내줬는대 이게 전세가를 끌어올려 매매수요를 높여 매매가를 올림
3.재가 알기로 문재인 정부당시 '똘똘한 한채'위주로 집값이 상승했는대 다주택자 종부세를 늘리고 양도소득세도 늘리는등의 정책이 원인이 되었을거라 생각
4.15억 이상 아파트에 주담대를 금지 시키면 그 바로 밑 아파트(보통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쓰이는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15억으로 '키맞추기 현상'이 일어남
아직 부동산 거래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재가 무식한 사람이라 위의 내용이 전부 틀렸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재인 정부때 공급이 늘었는대도 왜 집값이 상승했는지 의견을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많이 배워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