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군의 날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을 조기 이전하겠다고 밝히며 안보 불안에 불을 지폈다. 우리가 전혀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더욱이 북한 이슈가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는데 저런 발언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작전권을 환수해야 북한이 우리를 더욱 두려워 한다."라니.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 미군과 같이 싸우는 것 보다 독자적으로 싸우는 걸 더 무서워할거라는 이 기괴한 발상은 이토 준지의 만화 만큼이나 괴기스럽다. 혹시 살바도르 달리가 미술에서,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가 문학에서 초현실주의를 구현한 것 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에서 초현실주의를 시도하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일상의 삶은 그의 환상과 매우 다르며 국방은 절대로 초현실적 문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Q1. 작전권은 어떤식으로 행사할 수 있나?
전쟁시 작전권을 행사하는 문제에는 세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한미가 각각의 군대를 지휘. 둘째, 한국이 한미 양 군을 지휘. 셋째, 미국이 한미 앙 군을 지휘. 먼저 첫번째 방안, 즉 하나의 적과 싸우는 두개의 군대가 따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일례로 1차세계대전 당시 연합한 영국과 프랑스의 GDP는 독일의 거의 2배였지만 각자가 별도로 작전을 펼치는 비효율성 때문에 종전 직전 까지도 프랑스 영토에서 독일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전쟁 중에도 자존심 경쟁을 하던 영국과 프랑스도 수백만명의 목숨을 잃고 나자 전쟁 말기에 연합사령부 창설에 합의할 정도로 지휘권 통합은 중요한 문제다. 두번째, 한국이 한미 양 군을 통제하는 방안은 아예 불가능하다. 미국의 자존심이 허용해주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한국군은 전쟁시 한반도에 전개될 핵심 전략무기를 운용할 능력이 없다. 최고 지휘권자가 가장 중요한 전략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작전지시를 내리겠는가? 2번 역시 불가능한 대안이다. 결국 방안은 3번밖에 없다.
Q2. 전시작전권 환수는 주권의 문제다?
현재 합의에 따르면 유사시 한미 양국은 연합사령부를 창설하고 그 연합 사령부에 양 군의 지휘를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한국군이 연합사의 지휘를 받는 것도 아니고 후방을 담당하는 제 2군, 특수전사령부 그리고 수도방위사령부는 제외된다. 게다가 전쟁이 발발해서 연합사가 국군을 지휘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실질적 통제권을 잃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6.25 당시 이승만이 총참모장 정일권에게 국군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할 것을 지시하자, 유엔군의 직접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도 제 2군단은 전선을 이탈, 방향을 틀어 평양으로 진격했다. 이 외에도 12.12 사태 당시 노태우가 전방 사단을 빼내는 등, 미군의 지휘권을 무시하고 한국군이 멋대로 지휘권을 행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현 시스템 이래서 대한민국 정부가 군사통제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백면서생들의 기우에 불과하다.
Q3. 우리는 작전권을 가져올 준비가 되었나?
아니다, 현재 각종 전략무기와 방위시스템을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이 직접 도입하려면 예산의 약 3%에 달하는 국방비 지출이 두배로 늘어나야하는데 이는 순수 복지예산을 전부 삭감해야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다. 게다가 이는 북한을 상대하는 상황만을 상정한 것이며 잠재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을 견제할 군사력을 확보해야한다면 그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북한은 남한보다 인구는 1/2, 총생산은 1/48에 불과하다. 따라서 같은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남성은 군 복무 기간이 무려 10년에 달하는 데다, 여자도 5년간 군복무를 해야한다. 중국의 총생산은 남한의 10배고 일본은 3배이며 인구로는 중국이 남한의 28배, 일본이 2.4배다. 미군을 뺀다면 이제 우리가 북한의 처지로 전락할 차례다. 당신은 그럴 준비가 되었는가.
Q4. 작전권 환수가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이건 교복마이 깃 세운 중딩의 가오잡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주요국 남한의 군사작전권 독립은 당연히 주변 국가에게 영향을 주는데, 특히 일본의 평화 헌법 개정과 사실상 맞물려 있는 문제다. "주권국가" 일본이 군대를 보유 못하는 헌법을 유지하는건 미군이 공산국가 중러로부터 지켜주고, 자유진영 한국과는 사이가 나쁘지만 그 군대를 미군이 지휘하는 형식이라 가능했던것이다. 실제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 전작권 이양 협상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허용은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 왔다. 우물안 개구리로 국내뉴스밖에 안보는 사람들은 절대 몰랐겠지만. 또 일본은 전범국가라 그런 것이고 우리는 자주국가라 전작권을 가져와야한단 도덕책 낭독하는 골빈소리도 집어치워라. 애초에 세상이 도덕책처럼 안되니 군대를 보유하는 것 아닌가. 일본이 재무장한다고 해서 남한이 할수 있는게 뭐 있나? 기분 나쁜 것은 기분 나쁜 것이고 안되는 일은 안되는 일이지 구한말 고종 수준의 국제정세 인식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갈 순 없다.
Q4. 왜 전쟁부터 할 생각을 하나?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하자.
간첩 신고는 111.
유아와 성인을 구분하는 차이 중 하나는 하고 싶은 것과 할수 있는 것을 구별하는데 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누가 전작권도 가져오고 스텔스 전투기도 200대 쯤 도입하고 항공모함을 건조해 북한과 일본을 혼내주고 중국에게 큰소리 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PC 게임용 판타지와 우리가 두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은 매우 다르다.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명분만 따지는 논쟁은 그저 소모적인 파티에 불과하다.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얼굴 앞에 인의예지를 따지던 정묘호란때의 척화파와 구한말 선비들이 겹쳐 보인다. 내년 쯤 이 멍청이들은 미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으니 우리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말자고 주장하지 않을까. 화이팅.
전작권을 가져왔을 때 어떻게 될것이 자명한데 왜 회수 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할까요? 명분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하나 강도가 나를향해 총구를 들이미는데 명분 운운하여 설득시킬 수 있을까 싶네요. 현실정치는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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