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법과 십진법의 세계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있다/없다 밖에 구분하지 못하지만 후자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흑백세계의 인간에게 우리가 빨간색이 무엇인지 가르칠 수 없듯 지능이 낮은 이진법의 존재들에게 다면적 세상을 가르치는 것은 너무도 힘겹다. 그러니 이번엔 그 단세포들의 세계로 내려가 yes/no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 박근혜 탄핵은 정당한가?
그렇다. 헌법에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시킬 절차과 권리가 명시되어있다. 그 헌법에 따른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정당하다.
• 대통령 하야 주장은 정당한가?
아니다. 대통령을 뽑고 하야 시키는 문제는 주말드라마 주인공 교체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헌법에 엄연히 대통령을 임기도중 갈아치울 권리와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데, 광장에서 여론의 힘으로 대통령을 의지를 꺾어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한 처사다. 우리가 박근혜에게 화가 난 이유가 헌법을 무시해서라면, 우리는 더욱 더 헌법이 보장한 절차에 따라 분노를 표출해야한다.
• 그럼 시위는 잘못되었나?
아니다. 잘못된 구호를 외치더라도, 아무리 멍청한 주장이어도 시위는 정당하다. 그 권리는 헌법에 보장되어있다. 민주주의는 정답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을 가늠하는 과정이며, 나는 이것이 정치에 있어 최우선 명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한다. 맞건 틀리건, 그들도 정치적 문제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보고 토론해보는 습관을 익히길 바라기 때문이다.
• 시위 현장에는 종북좌파들의 구호가 울려퍼진다. 시위대는 선동된 것 아닌가.
아니다. 단지 시위에 좌파들도 일부 있는 것이지 악한 의도로 종북좌파가 선량한 시위대를 선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종북좌파들이 없었다면 시위가 없었겠는가. 촛불행사 진행이나 자금이 좌파적 단체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평소 시위를 주도하던 좌파들이 마침 준비되어있었을 뿐, 그걸 빌미로 일반 대중들의 의견을 좌파에게 선동되었다고 보며 무시해선 안된다.
• 폭력과 쓰레기 없는 시위는 시민의식의 성장을 보여주나?
아니다. 물리적 폭력과 쓰레기는 민주주의와 전혀 상관없다. 파리대혁명때는 엄청난 피가 흘렀지만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왔다. 파시스트였던 나치 독일인들과 군국주의 일본인들이 아마 가장 쓰레기를 잘 치우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훌륭한 시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쓰레기가 길거리에 넘쳐도 국민들이 투표만 잘하고 평소에 정치에 관심만 가졌어도 한국정치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는 인간들은 도대체 뉴스를 보기는 했는가. 과거에도 이런 나라였고 난 한번도 이렇지 않은 나라에서 살아본 적 없다. 본인들이 무식해서 신문도 안보고 관심끄고 살다가, 사방에서 떠드니 그제서야 알고 분노하기 시작한 것 뿐이다. sns에서 가장 정치적 포스팅을 많이 올리는 세대가 2030대인데,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투표를 안하는 세대다.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가 시위할 시간에 매번 투표라도 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삼류 국민에 삼류 정치가 따라오는 것이다. 역겨운 자위질은 그만하자.
• 표창원의 탄핵반대의원 공개는 정당한가.
아니다. 헌법에는 국민주권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도 언급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양심의 자유를 억압받는 쪽은 박근혜 지지자들이다. 친박의원이든 박사모든, 심지어 최순실도 국민 중 하나이고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 아무리 밉더라도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내가 존중하는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이는 통진당에게도 박사모나 정의당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에밀 졸라는 말했다.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싸운다'
• 박근혜는 멍청한가.
아니다. 박근혜보고 멍청하다고 하는 인간들이 멍청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사실상의 민주 자유선거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다. 전두환 정권이 무너진 이래 박근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대통령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이전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이끌며 단 한차례도 선거에서 패하지 않아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렸다. 바보는 결코 이런 결과를 낼 수 없다. 박근혜가 바보라면 그 바보에게 진 야당과 박근혜에게 승리를 안겨준 유권자들은 유인원인가. "그건 박근혜의 능력이 아니라 보좌진들의 힘이었다"라고 주장한다면 왜 다른 정치인들은 그런 보좌관을 못 구하는가? 아버지의 후광때문이라면, 왜 박정희의 다른 아들들, 또 다른 대통령의 디른 아들들은 정치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가? 박근혜는 멍청하지 않다. 그녀가 근무태만에 빠진 것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멍청이들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나태해 진 것이고, 이제껏 국민들이 비리대통령과 비리정치인들을 지지해왔으니 본인도 비리에 둔감해진것이다. 멍청한 것은 국민이다. 박근혜가 아니다.
•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들만이 정권을 잡을 수 있나.
아니다. 그들은 결코 도덕적으로 더 타락한 것이 아니다. 아마 대한민국 평균의 도덕성이나 그들의 도덕성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약한 급우를 두들겨 패는 학생들, 그리고 그를 방관하는 학생들이 갑질하던 우병우를 욕한다.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는 민폐어른들이 최순실을 욕한다. 자기돈으로 밥사먹는게 당연한줄 모르고 부정부패법을 없애달라고 구걸하는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차은택을 욕한다. 자신의 부패는 관행이고 타인의 관행은 부패라고 욕하는, 역겨운 위선이 가득하다. 부유함이 지혜로움과 동의어가 아니듯이 무능함은 선함의 동의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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