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0.

부동산, 어디까지 오르나

내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었다. 이제 서울 부동산의 공급은 끝났다. 청약로또를 바라보며 분양가상한제를 외치는 이 머리 나쁜 사이코패스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연할 것이고 저들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나는 거기에 일말의 동정도 하지 않겠다. 남의 재산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이들에게 응당한 댓가가 돌아가는 것 뿐이지 뭘. 이제 뭐가 남았는가? 그래 너희들 하자는 대로 다 해보자.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망치는 당신들을 나는 지지한다.

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득표한 지역[빨간색] 문재인이 득표한 지역[초록색]                                                              우: 분양가 상한제 실시 지역
(투표 좀 잘하지 그랬어요 강남거주민님들)
하지만 그런 악당들은 소수고,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이 부동산 폭등이 정책실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부노선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정부는 절대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현재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김수현, 김현미, 박원순 등. 80년대 운동권/좌파였던 그들은 대학생 시절부터 고수해 온 친북적 성향을 단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8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 남이나 북이나 독재자 아래서 자유가 없기는 매한가지고 북한이 더 잘 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북한이 빈민국으로 전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버린 적이 없었지 않았는가. 그럴 사람들은 전부 전향했지. 무려 35년동안이나 그릇된 신념을 품으면서도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인데 그런 그들이 서울 부동산이 고작 두 배 올랐다고 자신들의 정책 실수를 인정할까?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고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저들은 결코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노빠꾸 상남자들 킵고잉. 캬.

그렇다면 부동산은 얼마까지 폭등할까?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바뀌려면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해야 한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설령 그런 일이 벌어져도 개정된 법들을 다시 다 되돌리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엔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린다. 즉 현재의 주택부족은 2027년까지 100% 확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사막에서 조난당한 사람에게 생수 한 병을 100만원에 팔면서 적정가격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중산층들은 고통스러운 경주를 시작해야한다. 5년 전만 해도 강남의 중형평수 소형단지를 알아보던 사람들은 작년에 마용성으로 임장을 다녀야 했고, 이제는 마용성도 놓치고 태어나 처음 들어본 지역들의 부동산을 기웃거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에 먼저 순응하고 눈을 낮춰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해야만 한다.(전에 작성한 글에서 말했듯, 당신이 40을 넘지 않았다면 인내도 좋은 선택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그래도 예측이 우리의 일이니 간단한 계산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경기도에 공급하는 신혼주택단지와 2기 3기 신도시가 서울의 집값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먼저 가장 먼저 완공될 GTX-A가 들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산해보겠다. 서울의 25평 대신 용인 수지, 일산 등의 25평에 사는 것은 어느정도 값어치를 가질까? 어려울 게 없는 간단한 계산이니 직접 해보기를 권한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의 집을 비교하는 사람들의 평균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소득을 시급 만원으로 잡자. 그리고 수도권으로 이사가게 되면 평균 출퇴근 시간이 약 45분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1.5시간. 따라서 25평의 주 수요자인 맞벌이 가정은 둘이서 합해 하루에 3시간을 통근에 쓰게 되는 것이다. 시급 만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3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GTX요금 4천원을* 더하면 4만 6천원(30,000+4,000x2명x2왕복). 그리고 한달 30일 중 약 27일(휴일에도 서울로 외출할 수 있으니)동안 이 비용을 낸다고 계산하면 그들은 약 월 124.2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1년이면 약 1,490만원이 되고 이를 매매가격의 월세수익률 4.5%로 나누어주면 3.31억, 여기에 서울거주 프리미엄 20%를 감안하면 3.97억, 거의 4억에 가까운 금액이 나온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당 기회비용   : 10,000
통근시간 증가       : 1.5시간(왕복)
GTX 통근비용       :   8,000 (왕복)
평균 가구원 수      :      2명
하루 가구 지출      : 46,000 [(10,000*1.5+8,000) x 2]
월 비용(27일)        :    124.2만원
연 비용(12달)        : 1,490.4만원 (A)
월세수익률(신축) :       4.5%       (B)
매매가격 환산       : 33,120만원 (A)/(B)
서울 프리미엄20%: 39,744만원

따라서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강동이나 영등포, 혹은 관악구의 25평 아파트의 가격보다 4억 이상 저렴해야 GTX-A노선의 아파트들은 비교우위를 가지는 셈이다. 현재의 가격을 보면 동남권을 대체할 용인수지의 25평 가격이 대략 3.9억, 서북권을 대체할 일산/고양의 25평 가격이 약 2.5-2.7억으로 아직 4억의 차이에 미치지 못한다. 즉 GTX가 들어서는 지역의 집값을 훨씬 더 떨어뜨려야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당의 텃밭의 집값을 폭락시켜 서울의 집값을 잡는다는 정책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2,3기 신도시 계획들은 서울의 수요를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니 서울의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권의 물량은 계산에 넣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서울시의 주택 수급상황은 지난 30년간 가장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링크) 따라서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주택시장은 2006/07년보다 과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매매 비율은 지난 저점을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아래 그림)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 2022년에 정권이 교체되어 2027년에 수급부담이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수급부족에도 불구하고 아주 보수적으로 향후 전세가 상승률이 지난 1년 평균 수준(1.5%)이라고 감안하면 2027년의 전세가격은 현재보다 약 12.65% 상승할 것이며 전세/매매 비율이 지난 저점에 도달하려면 매매가격이 현재보다 약 75% 오를 것이다. 아멘.
전세/매매 비율 변화

수식만 보면 학을 떼는 물리울렁증 환자조차도 아는 공식, F=ma를 낳은 근대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 하지만 그런 천재 조차도 런던의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재산의 거의 전부를 날리고 말았다. 마크 파버의 분석에 따르면 뉴턴은 18세기 당시 대표적 버블이었던 남해회사에 비정상적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는 1720년 초, 회사의 주가가 뛰기 전 주식을 매입해서 불과 3개월 만에 두배 가까이 차익을 보고 매도했다. 하지만 그의 추천으로 주식을 샀지만 팔지 않았던 친구들이 더 큰 수익을 보자, 초조해진 그는 전재산을 들고 상투를 잡았다. 얼마간 더 오르던 회사의 주가는 곧 폭락을 시작하게 되고 뉴턴은 거의 파산상태에 몰려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만다. 그가 잠시마나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가 파산하기까지는 1720년 2월부터 11월 말까지, 고작 1년도 걸리지 않았다.이후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런 저런 수치를 들어 집값의 미래를 가늠해보지만 서울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밀려나는 사람들의 공포와 시장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멍청이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내가 젊은 날을 부동산에 베팅한 것은 내 영민함을 믿어서가 아니라 저들의 멍청함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천재 뉴턴은 자신이 거인의 어깨에 서 있었기 때문에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인용하자면 나는 저 멍청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노라고 답하리라. 멍청이들 화이팅!

뉴턴의 남해 주식 투자 시점































*이마저도 너무 낮아 GTX 운용은 대부분 적자가 될 것이다.
**이는 내 독창적인 분석이 아니라 다른 여러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임을 밝힌다.
***혹자는 리만 전 금융버블기보다 더 과열될 수 있느냐고 묻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주식시장을 보라.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진 지 수년이 지났다.

댓글 12개:

  1. 안녕하세요 애독자 입니다. 정말 ‘열독’ 하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글이 너무 좋아서, 혹시 가능하시면 책이나 아티클도 좀 추천받고 싶은데 감히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저는 이과 계열 이지만, 기본적인 경제학분과(거시 미시 재정학, 화폐금융론)정도는 대학때 수업을 즐겁게 듣고 성과도 좋았습니다. 영어도 아주 어려운 수준만 아니면 독서는 무리 없습니다.( 제래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유발하리리 사피언스 피케티 21세기 자본 정도까지는 영어로 읽습니다)

    역사도 경제도 경영도 과학도 모든 분야 모든 채널
    다 좋고 많을 수록 좋은데
    책추천이 그나마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할 것 같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자주 들리시는 저널등
    어떤 채널도 좋습니다.

    주말 저녁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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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혹시 직접 쓰기 어려우시면 제가 이메일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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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매주 economist지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신이 제 게으름을 고칠 기회를 단 한번 주신다면 저는 매주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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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매주 다는 아니고 종종 읽긴 합니다. (두달에 아티클 두어개 정도) 일단 추천 감사드립니다.
      혹시 또 다른 추천 사항 있으시면 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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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철학도 관심있으시다면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이 어떨까요.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꿰뚫어 본 심리학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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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울시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며 폭등하는 서울주택수요를 방어했습니다. 내년즈음부터 그 노후주택들의 무시무시한 대규모 은퇴가 예정되어있음에도 정부는 정비사업을 옭죄며 사회주의식 주거평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오늘날 신혼부부가 더이상 신혼집으로 다세대주택이나 빌라를 찾지않듯 늙어빠진 베이비부머 아파트도 곧 시장에서 외면받게 되겠지요. 그럼 핵심지역의 신축아파트가격은 말그대로 사막에서 100만원짜리 생수병이 될것이라는 점에 100%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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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민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임에도 동시에 참담함이 너무 느껴집니다 선생님
    에휴~~~~~ 진짜 답이 없어요 생각외로 분상제가 집값 낮추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진짜 많은것 같아요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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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30살.. 곧 31살 됩니다.
    악착같이 모으고 투자해서 2억 모았는데, 주택이 제게서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 허탈합니다.
    두려움에 잠이 안올 때가 많아요. 이렇게 좋은 인사이트가 제게는 없었던 것이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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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앞으로 몇년간 있을 추가 상승장의 책임을 오세훈이 뒤집어쓰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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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다만 무식한 정부가 가니까 원자재 인플레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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