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AI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 분야에 종사하지도 않는 비전문가임을 밝힌다. 하지만 내연기관을 설계/제작하지 않아도 그 특성을 이해한다면 운송업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듯 나 역시 AI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틀리면 할수없고.
최소한 생명체의 진화과정을 이해한다면 AI가 인간의 뇌와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뇌 역시 복잡하게 연결된 수억 개, 어쩌면 그 이상의 논리회로에 따라 학습하고 판단하고 창조한다. 일반적인 유아가 학습하는 방식은 머신러닝과 아주 다르지 않다. 인간의 독자적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창조성 역시 조만간 AI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적어도 두가지 측면에서 AI보다 열등하다.* 바로 망각이 이루어진다는 점과 감정, 편향 등으로 인해 논리적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 둘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망각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정보를 메모리에서 삭제하는 것과 같고, 감정이나 편향은 특정 조건 아래서 우리가 뇌의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분노하거나 흥분할 경우 발생하는 아드레날린은 근육에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을 늘리고 통증을 덜 느끼게 한다. 우리의 뇌는 한정된 에너지와 용량을 가지고도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진화되었다.
따라서 우리 뇌의 가장 큰 강점은 효율성이다. 예전에 언급했듯이(링크) 인간을 꺾은 바둑머신 알파고를 개발하는데 수천 억을 썼고 유지하는데도 연 수백 억의 비용이 들지만 바둑 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반면 커제나 이세돌은 바둑 뿐 아니라 어우 짜증나 라고 옆사람에게 말하기도 하고 직접 운전해서 귀가하는데다 노래하고 글쓰고 스타크래프트도 할 수 있지만 그에 들어가는 에너지라곤 고작 몇백g의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그리고 몇몇 무기물과 비타민 뿐이다. 물론 알파고에 이런 모든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수백 명의 전문기술자를 고용해야 하고 데이터 저장용량을 확장해야 하며 전력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애초에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진 기관과 분자 수준에서 재조합된 생명체의 에너지효율은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 뇌의 효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저학력 노동자들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이렇게 비싼 돈과 운영비를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은 저학력자들을 대체하는것 보다 고학력자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그 실마리는 과거의 사례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엔지니어들이 증기나 전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기계의 발명하자, 최고 숙련공 인간 노동자들과 기계 간의 대결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마치 우리가 오늘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보던 것 처럼. 기계는 인간의 몸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었고 얼마 안가 노동시장에서는 우수한 신체능력에 대한 값어치가 폭락했다. 남들보다 두배의 힘을 가진 육체 노동자가 남들보다 크게 대접받을 곳이라곤 이제 UFC경기장이나 올림픽 투포환 경기장 뿐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과는 달리 난 인공지능으로 인한 대량실업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기의 노팅엄이나 요크셔의 공장들을 떠올려 보라. 기계들과 컨베이어벨트가 도입되자 러다이트를 필두로 대다수의 저숙련 인간 노동자를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집어 삼켜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도끼와 망치를 꺼내 기계들을 부수고 다녔지만,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지금, 실업률은 되려 낮아지고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어마어마하게 개선되었다. 왜냐하면 여전히 공장에는 특정 업무에 특화된 기계를 도입하는 것 보다 그냥 인간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저렴한 공정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AI에게 밥그릇을 뺏기는 것은 십수년 간 공부해서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들이지 인공지능의 개발/운영비용 본전도 안나올 다수의 저숙련 직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다소간 형태야 바뀌겠지만.
게다가 인공지능의 또다른 한계는 그 엔드유저 역시 인간이라 비합리적이라는 데에 있다. 오늘도 전 세계에서는 불완전한 인간 운전자들이 매일 수만 건의 교통사고를 내며 매일 약 3천 명을 죽이고 있지만, 대중은 자율주행 차가 옆 차를 긁은 사건에 더욱 경악한다. 인간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동공이 수축되고 근육이 경직되는 공포를 느끼면서 인류 역사상 수백만 명을 넘어져 죽게 만든 길거리의 돌뿌리를 보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사용자인 인간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인공지능의 효용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앤드류 양이라는 대만계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큰 돌풍을 가져오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형 IT기업들이 AI와 자동화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대량실업에 직면할 것이니 그들에게 세금을 걷어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뭐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난 대량실업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계를 되돌려 1875년 코네티컷의 한 농장을 상상해 보자. 앤드류라는 한 마부가 주장하길, 자동차라는 놈은 말과는 달리 지치지도 않고 수백 마일을 달리고 발굽을 갈고 접종을 할 필요도 없으니, 이 기계가 도입되고 나면 마부 뿐 아니라 대장장이, 건초판매업자, 등등이 모두 실직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윽고 포드 T형이 1500만 대나 생산될 동안 미국의 실업자는 되려 줄어들었다. 마부와 대장장이들은 채찍과 모루를 버리고 포드의 공장에 재취업했고 건초를 팔던 사람은 이제 타이어를 팔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부의 아들은 코네티컷 주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아버지와는 달리 휴가철마다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부터 시카고까지 마음껏 다닐수 있었다. 기계는 결국 우리의 자유를 확대했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확장하는 사건이었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사건이고 이는 대량 실업은 커녕, 일반 노동자들의 삶을 크게 개선할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당연히 연산속도도 차이가 나는 것 처럼 보인다. 47,964.61^988,17.554와 같은 수학연산은 AI는 커녕, 간이계산기조차 인간의 뇌 보다 빠르니까. 하지만 사칙연산이 아닌 다른 다양한 정보처리에서도 과연 그럴까. 예를들어 아이유와 신봉선의 사진을 보여주며 누가 더 아름다운 얼굴인지 판별하는데 딥러닝으로 학습한 AI가 과연 인간의 뇌보다 빠를까? 기본적으로 뇌에서의 정보처리 역시 전기신호로 이루어지는데. 여전히 AI가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는 바가 없어 잘 모르겠다.
몇가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 아이유와 신봉선중 누가 아름다운가 판별은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추가로, 인공지능은 고숙련 노동자는 물론 저숙련노동자들도 함께 대체할 것입니다.
답글삭제오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다. 인공지능은 초기에 저숙련/고숙련 일자리를 상당부분 대체하겠지만 저숙련노동자들은 쉽게 같은 임금수준의 일자리를 찾을 겁니다. 산업혁명 당시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잡일이나 하던 저숙련공들은 쉽게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한 공장에 취직해서 단순노동을 했듯이요. 세상엔 기계보다 싼 인력이 많기 때문에.
답글삭제인공지능 역시 대다수 저숙련공을 대체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쉽게 대체일자리를 찾을겁니다. 마치 산업사회의 컨베이어 벨트처럼요. 예를들어 급속도로 늘어나는 저장공간을 채우기 위해 저장장치를 사다 끼우는 단순업무를 자동화하느니 걍 최저임금 주고 인간을 쓰는게 싸잖아요. 현대의 저숙련 노동자들은 인공지능 도입 후에도 일자리를 바꿀 뿐 쉽게 비슷한 임금을 주는 잡을 찾을겁니다.
하지만 대체된 의사나 변호사같은 고숙련노동자들은 기존의 임금을 받기 어려워지죠. 산업혁명 시절, 남들보다 시간당 바늘제조량이 두배인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의 연봉은 보통 노동자의 두배였는데 어느날 x10000배의 생산성을 내는 기계가 도입되자, 그 역시 다른 여타 노동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기계의 허드렛일은 해야하니 소득이 감소하는 것 처럼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상당부분의 저숙련 노동자들은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로 직업이 사라진다면 그 만큼 다른 곳에서 일자리가 생긴다고 보시는지요?
답글삭제네 산업혁명이 가내수공업 노동자들을 대거 실직시켰지만 다시 공장으로 흡수했듯이요. 위에 언급했듯 인공지능으로 인해 하층민들의 삶은 되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생산성이 올라가면 결국 하층 노동자들이 이득을 보죠. 지배층이야 원래 잘살고요.
삭제자율주행은 꼭 필요하지만, 해당 기술이 나온다면 운송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리가 없어질 거라 생각되네요. IT쪽 종사 중이지만 많은 기술의 발전으로 100명이 할 일이 10명으로 10명이 할 일이 1명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태국,베트남 등)가 많다는 건 동의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알바 자리가 줄어들고 저숙련 노동자(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 키오스크로 많이 대체되었지만 일자리가 줄어도 대체되는 키오스크의 관리인력은 그렇게 많지 않죠. 공장 또한 스마트공장으로 변신되고 있죠. 더욱더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해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패스트푸드 알바들은 실직하고 키오스크 우리닦는 알바생으로 재취업할거라 봅니다. 결국 단순 노동자들은 늘 어딘가에 필요하니까요. 심지어 개밥주는 것도 로봇쓰는 것 보다 알바시키는게 싸잖아요.
삭제AI 및 기본소득에 대해 선생님의 입장이 궁금했는데 고견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신선한 관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기술에 종속해 피폐하게 할 것인지, 오히려 더 풍요롭게 할 것인지는 쉽게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평상시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던게 선생님글을 읽고 어느정도 갈피가 잡힌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저는 현직 의사입니다.
답글삭제개인적으로는 의사의 업무를 AI가 대체하는것은 불가능하거나, 아주 오래 걸릴것이라 생각합니다.
첫번째로는 진단업무 자체도 단순한 지식의 적용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는 업무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색, 촉감, 밀다가 갑자기 저항이 감소하는 느낌,
냄새, 연부조직 아래로 뼈의 돌기가 미세하게 만져지는 감각 같은 것입니다. 언젠가는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인간의 감각을 모두 전기신호화, 수치화하는 작업을 거쳐 상당히 많은 종류의 센서가 먼저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 봅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고급 화이트칼라 직업의 수가 소폭 상승하고 평균임금이 증가한 반면, 블루칼라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도 정체해 왔긴 합니다.
삭제또한 진단결과에 따라 어떤 프로시져를 해야 하는데,
답글삭제이때도 인간의 오감이 모두 사용될 뿐더러,
아주 정밀하면서도 여러가지 작업이 가능한 만능 도구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손과 같은...
현재의 기술 기준으로 사람의 손보다 정밀한 작업을 하는 기계를 만들어내는건, 더군다나 여러가지 작업이 가능한 형태의 도구를 만드는건 매우 요원한 일입니다..
그래서 외과영역과 치과영역도 다 사람 손으로 하죠...
구현도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극히 일부에서만 로봇서저리를 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이 모든게 기술적으로 극복 가능할 것입니다. 여러가지 센서리와 기능도구를, 업무에 적합할정도의 작은 크기로 집적시켜서 인공지능을 탑재하는것..
가능하겠죠. 하지만 그건 결국 기계로 이루어진 인간 그 자체가 될 것입니다. 인간을 만들어서 시키는것보다 그냥 인간에게 시키는것이 쌀 것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인간은 환자와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법적책임도 진다는 큰 장점이 있기도 하죠..
보수를 많이 받는 직업들의 공통점이라면 업무가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고객과의 미묘한 정서적 관계를 컨트롤 하면서, 그때 그때 유도리 있게.. 하지만 원칙을 벗어나지는 않게..일을 잘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가 훌륭해야 하겠죠.
답글삭제이런 업무 과정은 체스게임과는 상당히 다른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키오스크와 무인편의점이 저소득 단순노동자들의 고용을 실시간으로 감소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송업계에서 대량 실업이 일어날 것이 확실시 되구요..음식서빙로봇도 상용화 단계인데..저소득 단순노무자를 상당히 많이 대체할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본인이 창출하는 가치보다 최저임금이 월등히 큰 노동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일이 단순하기 때문에, 구현도구가 기술적으로 복잡할 필요가 없고(지금 당장 실행 가능할만큼). 대체할 노동자의 수가 많으므로 기계상품시장 또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데..자본가에게 이것만큼 매력있는 먹거리가 또 있을까요
답글삭제무에서 기계인간을 만들어내서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 한국의 모든 의사를 대체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판매량은 10만대 조금 넘는 수준일텐데요.
AI에 밀려난 단순노동자가 같은 수준의 보수를 주는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면, 업무의 복잡성은 한단계 증가되어 있어야 할겁니다. 아직 AI가 못하거나 구현도구를 만들 기술수준이 안되거나 해야 인간이 경쟁력이 있을테니까요.
답글삭제개인적으로 그런 과정은 많은 저교육,저소득 단순 노동직에게 아주 어려운 길이 되거나, 넘어서기 불가능한 벽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많은 종류의, 광범위한 영역의 단순업무를 한번에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게 많은 사람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것 아닐까요. 인간의 업무란건 사실 대부분이 단순한 업무들이니까요. 이제는 근력과 지력 외의 어떤 요소로 본인의 업무를 더 복잡하게 변화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그게 자신이 없고..한계가 명확해 보이는거죠. 그게 때에 따라선 존엄성을 잃고 비참해지는 길일수도 있구요.
답글삭제접대부나 창녀,매맞아주고 돈버는 직업,광대,욕받이
,바텀 알바 이런건 AI가 대체 못하잖아요?
직업을 잃는 단순노동자가 찾을 수 있는 대체재들은 결국 이런것밖에 없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