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9.

자애로운 노무현과 파렴치한 강남

몇년 전 재벌 2세 경영자가 한 노동자를 야구배트로 폭행하며 "한 대에 백만원 씩 준다."고 했던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금권과 야만이 결합된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속물적 농담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 너라면 얼마 주면 맞을래?"

폭력앞에 희생되는 인간의 존엄을 돈으로 환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만약 빠따 맛을 보는 대신 욕 한마디 듣는 것이라면 당신은 얼마를 부를 것인가? 만약 그 대가로 5억 10억을 준다면 자존감이 병적으로 넘치는 사람이나 재벌이 아니고서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욕죄의 처벌이 꼴랑 벌금 2백만원 뿐인데.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는 강남을 "부패한 기득권자"라고 비난하며 지지율을 끌어모은 뒤, 그 지지를 강남 집값을 올리는데 모두 써버렸다. 노무현 행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전무후무하게 폭등시켰고 그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코 강남이었다. 그때는 경제가 활황이었네, 강남 뿐 아니라 다 올랐네 하며 아는척 하지 마시라. 인간은 자기 취향에 따라 기억을 조작하고 안대를 끼고 아웅 할 지 몰라도 숫자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IMF이후 강남의 집값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선 적은 단 한번 뿐이었는데 그때가 바로 참여정부때였다. 또 그 시절에 강남 부동산은 전무후무한 독주를 이어갔다. 불패를 넘어 거의 폭주 수준이었다. 못 믿겠다면 데이터를 확인해 보라.

감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고 참여정부의 다음 세 가지 정책 때문이었다. 첫 번째, 낙인효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남일대의 주민들을 기득권 층이라고 비난하며 부자라고 낙인을 찍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뉴욕이나 LA, 도쿄의 잘사는 동네를 보면 부촌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주민과 지자체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랜드마크 건물을 세우며 집안을 최고급 인테리어로 도배하는데에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하지만 강남은 대통령이 친히 나서서 부자동네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곳이다. 그것도 공짜로. 내 집을 내 돈을 들여 새로 짓겠다고 해도 재산을 기부채납해야 하는 시대인데, 사랑받는 대통령이 나서서 온국민에게 강남은 부자들만이 살 수 있는 동네라며 무료로 광고해준 덕에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강북의 부자들은 좌고우면 하지 않고 강남 복덕방으로 직행했다.

두 번째, 지방에 막대한 땅 부자를 양산한 것. 우리가 흔히 이명박 정권을 두고 토목정권이라고 하지만 이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섭섭해 할 소리다. 노무현 정부때 풀린 토지보상금이 약 100조로,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서 약 2배 증가했다. 그 이후로 보상금이 그만큼 급증했던 적은 없었다. 이후 정부들은 예산증가폭이나 물가상승률에 맞추어 토지보상금을 올렸다. 이 막대한 보상금은 대부분 비강남 지역에 풀렸는데, 그럼 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어디에 집을 사고 싶어하겠나.

세 번째, 강남 공급 억제책. 그러면서도 그들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재건축의 바를 높이고 개발을 멈췄다.  강남의 저층지역을 개발해 공급을 늘리는 일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눈에 보이는 규제 뿐 아니라 은행의 창구지도나 허가요건을 높이는 등 비 가시적인 수단에 의해 막혔고 일부 정책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즉, 국가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강남3구를 부자동네라고 찍어주고 ,부자를 만들어 준 다음에, 공급 물량을 막은 셈인데 이는 주식시장에서 작전세력이 시세를 폭등시킬때 쓰는 방법과 정확하게 같다.

노무현 행정부는 이렇게 강남 주민들의 재산을 불려줬다. 압구정 48평 아파트는 노무현 취임 첫 날 부터 마지막 날 까지 5년간 10억이 올라 2배가 되었으니 강남 주민들은 토지 기부해서라도 공덕비를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파렴치한 강남 주민들은 되려 그를 욕하고 미워한다. 자신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쌓은 나쁜 부자 취급해서 화가 났다고 하지만 강남이 참여정부 아래 누린 이득을 보라. 이것이야 말로 욕 한마디 듣고 수억을 받는 일 아닌가.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임기 말에 폭락했는데, 여론과 기자들은 그 시절 정부의 최대 실책은 다름 아닌 부동산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니 고 노무현 대통령은 강남을 때리며 얻은 지지율을 강남 부동산 올리는데 탕진했다고 할 수 있다. 몇몇 강남 사람들은 종부세로 세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항변 하지만, 집값 10억 올려주는데 그깟 푼돈이 대수인가. 은행에 10억을 맡기면 이자를 수천만원 주는데 참여정부는 수천만원을 줬더니 10억을 돌려줬다. 아아 그는 얼마나 자애로운 사람이었는가.  

오늘날에도 파렴치하고 은혜를 모르는 강남3구 주민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그 후계자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수석을 등용하여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정책을 더욱 강하게 펴고 있다. 아 이 아름다운 사람. 그 덕에 문재인 취임 이후 이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타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부디 어리석은 강남/송파/서초의 주민들이 하루바삐 두 대통령의 하해와 같은 사랑과 은혜를 깨닫고 성금을 모아 기념관이라도 세우길 바란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압구정 아파트는 문재인의 취임식 이후 10개월 간 22%가 올랐는데 이대로 가면 어쩌면 노무현의 사랑보다 그의 사랑이 더 커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댓글 1개:

  1. 오히려 좋아하지 않나요? 괜히 강남좌파라는 말이 생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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