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1.

젊은이들의 피로 이루어진 방역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 후버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늙은이들이지만 정작 싸우고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라고. 이 말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방역은 젊은이들의 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방역의 기본은 사람 혹은 가축의 이동 통제로부터 출발한다. 방역의 효율만 놓고 보면 개인의 통제보다 더 확실한 조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방역 외에 다양한 목표가 존재한다. 개인의 자유, 경제적 영향, 종교의 자유 등. 어쩌면 극단적인 자연보호론자들은 썩지 않는 마스크를 대량생산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현재의 방역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정부는 여러 가치와 목표를 고려해서 최적의 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다. 모두가 방역의 비용을 동등하게 지불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

노인들에게 인생의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모두 20대를 뽑지 않을까. 그 질문에 60대로, 또는 지난주 월요일로, 혹은 3살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대와 문화를 불문하고 20대 청춘을 예찬하는 수필과 노래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젊음이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라는 사실은 너무나 확실하다. 우리 모두가 안다. (20대만이 그 사실을 모른다.) 

그들의 하루는 우리의 하루와 결코 같지 않다. 길게 늘어진 카세트테이프처럼 지루한 노인의 하루보다, 갈 곳은 없지만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 부하직원에게 3차를 강요하는 진상 김 부장의 하루보다도 20대의 하루는 몇 배나 더 값지다. 그런 그들에게서 지난 일 년을 앗아간 우리는 또다시 청년들의 청춘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정치인들과 꼰대들은 4차 확산의 주범으로 젊은이들을 지목하고 있다. 애초에 따듯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젊은이들이 야외로 몰려나올 줄 몰랐는가. 젊은 층의 확산이 걱정되었다면 50대보다 20대에게 먼저 접종하면 되었다. 백신은 나부터 맞을 테니 너희는 방 안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나 보고 있어라, 올 한해 더. 라고 외치는 꼰대들이여, 초기 국경 차단과 백신 확보에 실패해놓곤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리는 정치인들이여, 당신들의 얼굴에 비말을 뱉으리. 퉤. 

출처: 질병관리청 (링크)

더욱이 코로나에 걸려도 20대의 치명률은 고작 0.01%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집에 머무는 것은 자신들을 위함이 아니요, 나이든 장년-노년들을 살리기 위함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들을 희생하고 있다. 마치 후버의 말처럼 노쇠한 정치인들이 일으킨 전쟁에 투입되는 건 오로지 젊은이들뿐인 것처럼. 우리는 그들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나는 이제 젊다고 말하긴 민망하고, 또 젊지 않다고 말하기엔 억울한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온 삶을 통틀어 딱 10년만 자유로이 뛰놀 수 있고 나머지 시간은 감옥에 갇혀야 한다면 언제를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20대를 들 것이다. 술에 취해 홍대와 강남역을 오가고, 친구들과 쓸데없는 이야기에 밤을 새우기도 하고, 또 울고 웃고 사고 치고 실수하고 실패하고 또 사랑했던 많은 기억들. 점차 늙어가는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그런 것들을 젊은이들에게 허용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에게 허락할 것인가. 차라리 그들을 위해 나머지 사회구성원들이 사회활동을 줄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니 꼰대들이여 더 이상 당신들의 유흥과 골프, 그리고 정치적 치적을 위해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당신들은 이미 이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았는데 이젠 젊음마저 앗아가려 하는가.



인생에 단 한번뿐인 젊음을 방역을 위해 희생해주신 20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12개:

  1. 저랑 생각이 완전 똑같으시네요 저는 확진자수 조차도 소음으로 치부하고 그냥 차단해버렸습니다.
    한국사람들 자체가 유독 자유란 가치에 대해 둔한거 같아요....
    괜히 구한말 사회주의편을 든 이유가 있는거 같아요 k방역부터 시작해서 징병제까지
    마스크 쓰고 다니지 않는 것도 이런 면에서 비판의 대상은 될수 있으나 비난의 대상을 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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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아래 댓글과 혼동해서 답글을 잘못 달았네요. 말씀하신 바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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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얼마전에 사회로 나와서 6개월간 짧은 첫 직장 생활을 마치고
    최근에 더 조건이 좋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념으로(?) 최근에 연락이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동안도
    끊어졌던 친구들하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얼마전 코로나가 심화되고 방역조치가 강해지면서 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 때문에 좀 우울하기도 했고요.
    이직도 나름대로는 여기선 도저히 제 꿈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온몸을 갈아가며 준비했고 잠시나마 입사하기 전에 그간 너무 힘들었으니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 가져보고 주변 사람들과도 다시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보니 MBC 등의 뉴스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늘어난 것을 2030만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보도를 하더군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피가 거꾸로 솟았네요.
    코로나 시국에 가끔은 친구들과 2~3명이서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었으니
    이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이것 때문에 확진자가 급증했다 그러면 참 할말은 없는데요.

    지금까지 쭉 돌이켜보면
    취준 할 때부터 지금까지 돈없고 빽없고 지방인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으면서 만만한게 20대라 그런지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도
    '대기업'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능력한 팀장이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본인의 숙제를 제게 시켰던 일을 떠올려보면
    좀 어렵고 힘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 글을 보니까 위로가 좀 되네요.
    20대 황금같은 시간 얼마 안남았으니 비록 집에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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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부가 정한 방역수칙 열심히 다 잘 지켰는데 왜 그게 hooncho님의 잘못입니까. 그럼에도 코로나가 번진다면 그건 정부의 잘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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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대는 아니지만 좋은 글에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조용히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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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0대 초반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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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말 좋은 글 감삼닷..혹시 퍼가도 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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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동의합니다. 고위험군 상당수가 백신을 맞아 전체 치명률이 많이 낮아졌는데도, 백신 접종 이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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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누군가가 말했죠. 코로나 걸려 죽지 말라고 꽁꽁 가둬놓고 굶겨죽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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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매우 감동적인 기사!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모든 격리는 우리와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사실 20살이라는 나이에 뭔가 하고 싶은 것도,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은 힘도, 에너지도, 의욕도 너무 많아요. 그리고 검역소에서는 스스로를 경계하고 삶을 제한해야 하고, 노년에는 검역소 때문에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신의 아이들이 꿈을 알고 사용 키로거 프로그램에 부모를 조언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결국, 우리의 노년을 즐거운 추억과 삶의 지혜로 채울 공허하고 성취되지 않은 욕망에 보낸 젊음을 노년에 후회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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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선생님의 글에 큰 위로 받습니다. 동시에 현 정부의 노골적 정치방역의 희생자가 젊은이들이라는 사실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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