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0.

주식은 어째서 강한가 (by Paul Krugman)

요새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받는 질문은 "어째서 실물경제는 이렇게 엉망인데 주식은 강한가"일 것이다. 거기에 대해 폴 크루그먼의 짧은 글이 있으니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링크) 이 글의 핵심은 주식시장은 실물경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에게 다음의 간단한 한가지 사고실험을 해보도록 하자.


1. 우한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인을 모두 죽고 단 한명이 살아남았다고 하자, 그런데 우연히 인류 유일의 생존자가 파웰 연준의장이었다고 가정하자. 이 처참한 비극의 과정에서 연준은 1,524,231번째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고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넘어 무로 돌아가겠지만 S&P500 지수는 0이 되기는 커녕 더 오를수도 있다. 100을 만들지 100,000,000을 만들지 그것은 순전히 파웰의 마음에 달렸다.

2. 사실 당신은 닥터 스트레인저다. 영화와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신이 외과의사가 아니라 기업의 회계사, 혹은 GDP를 산정하는 한국은행의 직원이라는 점이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타노스가 어떤 힘을 발휘해서 지구의 시간을 멈췄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당신만은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성실한 당신은 회사로 출근해 2분기 재무제표, 혹은 GDP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당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경제활동이 멈췄으니, 이번 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100%가 될 것이다. 이런 젠장할. 이런 끔찍한 지표는 인류 역사를 넘어 백악기 대멸종이래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활약으로 타노스의 마법이 풀리고 사람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무한대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당신을 제외한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1과 2의 복합적 현상과 같다. 세계 주요 경제는 전면적 셧다운에 들어갔지만 아직 죽지 않은 파웰은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셧다운이 풀리고 나면 닥터스트레인져의 장부 뿐 아니라 많은 국가와 기업의 장부가 그와 비슷해 질 것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이 코로나의 상흔을 기억하리라는 것과, 또 수많은 가계/기업들이 락다운 기간동안의 비용지출로 인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정부가 각종 구제책을 내놓아 이를 막는다면 위의 사례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나쁜데 주식시장은 좋다는 아이러니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처참하게 망가진 GDP와 미국의 실업률을 내세우며 왜 주식시장은 하락하지 않냐며 고성을 지르는 것은 수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시 금융은 다 사기야! 라는 자기위안도 당신의 수익률을 개선시키지 않는다.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 그리고 로버트 머튼은 옵션의 공정가격을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을 정립해서 1997년에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 수식에 따라 산정한 옵션가격은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작 시장을 우습게 알았던 그들이 만든 펀드는 당시 역대 최대규모로 파산했다. 우리는 늘 시장을 앞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충분히 효율적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를 인정하고 시장이 무엇을 프라이싱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트레이딩과 투자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댓글 12개:

  1. 올려주시는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언젠가부터 경제적 이슈를 정파적으로 재단하고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 생각에 실물경제가 '현재' 좋지 않은데, 주식시장이 지금 반등하고 있는 건 주식시장은 미래를 할인해서 반영한다는 설명이 더 맞지 않을까라는 겁니다.

    폴 크루그먼은 Fed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결국 코로나는 극복될 것이고, 1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서 오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마 그는 코로나가 극복되고 있다는게 미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 언급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개인적 추측입니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주식시장, 크게는 한 나라의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주 예외적이지 않는 한 Long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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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만 글2개가 무료로 보는데 미천한사람이 이 고귀한데? 딱 이런 느낌 같습니다.(ps.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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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보단 실물경제의 반영은 채권시장이 더 정확하다고 봐야하는것일까요? 예전에도 말씀하셨던, asset class 들의 상관관계가 꺠지고 (주식이 오르면, 채권 금리도 오르고, 금 값이 오르고 등등), 다양한 변수들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지금도 지수는 오르는 반면 미국 짧은 만기 쪽은 되려 금리가 크게 빠지고 있고 (마이너스 금리 기대감이라는) 긴쪽은 금리가 오르면서 스프레드는 벌어지고 등 등 . . . 향후 정책금리는 하락할것이고, 장기적으로 경제는 회복할것이라는게 채권금리에는 반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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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기적으로 경기가 지금보다 나쁘긴 어렵겠죠. 코로나가 인류를 말살하는 정도가 아니라면요. 하지만 그 정도와 속도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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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태원 게이사태를 보건데 결국 지금이 1차유행의 끝물에 가깝더라도 가까운시일내 2차유행이 반드시 온다고 보는데 결국 백신이나 치료제나 나오지 않는이상 세계의 소비시장은 한계에 부닥칠꺼고 각국은 부채속도증가 이상의 유동성을 확충하는데 주력한다면..금광주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많이 오르긴했던데.. 레이달리오가 말했듯이 금이 결국 최 우량자산이 된다면.. 그런데 코스피를보니 고려아연 매매동향이 그리 좋지는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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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상품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금을 순전히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소수의견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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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다 라는 말이 정말인가보네요.
    금융의 세계도 배우면 배울수록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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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주식시장에서도 저걸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실적 발표로 어느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물은 죽었지만 사이버로 많은 것을 하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인텔 결국 실제 경기는 죽었어도 가상 공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기 때문에 주식과 경기의 괴리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class8 트럭과 BDI 지수를 보면 사실상 18년 11월에..) 제 개인적인 생각은 밖에서 따로 나가서 무언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주식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동학 개미.. 우금치 전투가 7월 인버스 2배 없앤다 쯤이지 않을까 하네요) 삼전 투자하신 분들은 갤럭시 s20의 가능성을 보고 사신건지 아니면 그냥 싸다고 사신건지.. s8이후 삼성폰은 그냥 사양만 높아졋지 실제로는 별 차이도 없고 폴드는 흠흠.. 이 술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ashiraus&logNo=221937755714&navType=tl) 주식 투자했다는 분들의 운세가 다 나빳다는 점은 참고할 만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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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알파요 오메가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네요. 베타만 먹으려는 지수추종자여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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