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5.

언어를 보호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것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해야 합니다. 정확함과 완벽한 문체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모든 착오를 겪은 후에야 독창성의 이면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독창성과 같은 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창성의 면에는 정확성-'어슴푸레한 달', '미소짓는 착한 마음', '모든 연도 중에서도 가장 불행했던 해' 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를 보호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것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이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때는 작가를 꿈꾸었던 내가 금융계에 발을 디딛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장 흔하고 평범한 언어로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었다. 푸르스트의 조언대로 나는 언어를 공격하고 공격하고 또 물어 뜯어가며 독창적인 색채를 갖추기 위해 갖은 애를 써왔지만 나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는데에 실패했고 몇번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야 나는 작가의 꿈을 접었다.

그렇게 독창성이 없던 글을 쓰던 내가 회사에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글이 너무 독특하다는 것이었으니 어떻게 내가 돌지 않았겠나. 그리고 그렇게 십여 년동안 그저 그런 글을, 숫자와 전문용어가 뒤범벅된 딱딱하고 영혼이 결여된 글을 써오고 나니 이젠 언어를 공격하는 법 마저 잊어버린듯 하다.

 photo by Elliott Erwitt

하지만 난 아직도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노라 ㅋ

댓글 8개:

  1. 코스톨라니는 음악가를 꿈꿨다하고 피터린치는 대학시절 전공과목보다 인문학에 더 열중했다 하더군요. 이들의 글이 좋은 이유는 내용을 막론하고 개성이 들어나는 솔직한 문체에 있는것 같습니다. 살아있기에 전달력이 큽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자칭 전문가라는사람들은 돌덩어리 같이 도저히 읽히지가 않는 글이어야 전문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읽다보면 숨막혀요.그래서 짧은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원서가 편할때가 있고 같은 사안을 다룬 분석도 해외의 것을 보는게 정보 전달력이 클때가 있습니다. 한동안은 이문제에 꽤 심각해서 한국어가 다른언어에 비해 열등해서 그런가? 한글이 껍데기 뿐인 글자라? 라고도 생각해봤지만 원흉은 돌덩어리 같은 문장의 수요인것 같습니다. 부디 계속 언어를 공격하시기 바랍니다

    답글삭제
    답글
    1.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습니다.

      삭제
  2. 이 블로그의 발견은 가끔 큰 즐거움 입니다^^퇴근하고 또 와봤어요 감사!

    답글삭제
  3. 님이 꿈꾸던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님이 상식(보편적인 사고 가치)적인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상식적임은 작가와 같은 특수직업엔 저의 짧은 생각으론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님이 상식을 버리면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가치만 바꾸시면 글은 이미 훌륭하신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첨언하자면 상식을 깨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의 잘못된 통념을 깨는 지식인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삭제
  4. 금융인이시라는데 필력이 왜이리 좋으신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요.

    답글삭제
  5. 프루스트의 잃시찾은 자타공인 의심치 않는 소설이고 굳이 그 대상을 한국으로 국한시키자면 좋아하시는 문학인이나 작품이 있으세요?

    답글삭제
    답글
    1. 아!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음. 그때그때 달라서요. 하지만 지금 당장 들어보라고 하면 백석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아마 지금이 추운 겨울이라 더 그런가 봅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