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6.

박근혜와 멍청한 대중들

최순실과 그 관련자들은 엄정한 수사를 받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고 박근혜는 그에 따른 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처벌은 여기에 그쳐야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에 반대한다.

박근혜의 하야를 외치는 대중들은 현 정치시스템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멍청이들이거나 그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나쁜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인데,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된다는 것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앉히는 것 보다 더 나쁘다.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교체될때도 인수위를 만들어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마당에 지금 대통령이 사임하면 향후 몇달간 행정적 외교적 공백은 피할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마치 TV 드라마에서 마음에 안드는 출연자를 하차시키는 문제를 대하듯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충들은 이제껏 정치적 사안에 무관심하고 공부도 안했으며 고민도 안하다 난데없이 길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에 관한 아름다운 문구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가리려 한다. 드라마와 뉴스를 구별 못하는 이 멍청이들은 박대통령이 하야하여 TV에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최종결정권자가 없어진 대한민국 국정운영 시스템이 떠안아아 하는 것은 더 심각한 정치적 패닉 뿐이다.

이 바보들에게 상기시켜주자면, 이제까지 단 한번도 대통령의 측근이 비리와 권력남용 및 국정개입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군사정권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투사인 두 김씨 대통령의 아들들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수백억대의 돈을 받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이라고 불리며 동생의 임기 내내 뇌물을 받고 대통령의 특사에도 개입하다가 걸려 감옥에 갔고,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돈 받은 자신의 형을 옹호하고 힘없는 사장을 비난하여 자살시켰다. 이명박은 노무현과 정치적으로 정반대지만 그 비리는 닮아있다. 이명박의 형 이상득씨도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었고 이명박 본인 역시 BBK 내곡동 사저 등 온갖 정치적 개인적 비리에 휘말렸다.

그러나 양 김의 아들들은 다시 정치활동을 재개했고 친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는 쏙 빼놓고 그를 아름다운 기억들로 포장한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녹는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외치며 광화문으로 몰려들던 대중은 이명박의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허무맹랑하게 종결되었을땐 집에서 방바닥이나 긁으며 뒹굴다가 얼마 안가 박근혜를 찍었다. 그렇게 모든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줘 놓고서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 터지지 않을것을 기대했는가.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비리의 주인공이 무지렁이 여성이고 사이비 종교와 성적 추문이 연결되어 있어 참신한 충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비리와 국정개입이 용납되는건 아니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청와대에서 굿을 하든 기도를 하든 별 차이는 없다.(샤머니즘은 미개하고 기독교는 합리적이란 말인가) 그리고 헌법이 성적 자주권을 보장하는 한 미혼인 대통령이 과거에 어떤 성적 관계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성적으로 내용만을 두고 보면 과거에 지겹도록 반복된 비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결국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과거의 비리를 척결하는데 무관심했던 국민들이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박근혜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핑계를 대듯, 지금 국민들은 자신의 무관심과 멍청함으로 초래된 국정비리의 모든 책임을 박근혜 하나에게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아래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와같은 재발할 것이며 여당이 아니라 다른 당이 집권해도 또 비리를 저지를 것이고 실제로 그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면 최순실, 우병우 등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엄정히 처벌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측근비리/전횡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은 거리의 시위대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목표가 박근혜의 하야에 맞춰 혼란을 자초하면서 또다시 검찰이 권력층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이번 사태는 주인공만 바꾼 채 다시 재연될 것이다.

분노는 파괴적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그 파괴의 힘이 필요한 적도 있었고 앞으로도 필요할 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 측근의 전횡을 막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때고, 분노만으로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냉철히 깨달아야 한다.

댓글 5개:

  1. 결국 2020년에 와서 돌아보니 이 게시글 그대로 더욱 심하게 재현되고 있네요 ㅠㅠ 언제쯤 시스템의 개혁이 이루어질까요...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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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을 쓸때만 해도 이번 정부가 이전 정권보다 반민주적이고 더 대놓고 부패했을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최소한 겉으로라도 민주적이고 깨끗한 척 할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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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 과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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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사는 반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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