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엔저 정책에 눈감은 미국…한국엔 "환율 개입 말라" 경고
“한국은 원·달러 환율보다는 원·엔 환율 때문에 기업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되레 “한국이 그래서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느냐”는 타박만 들었다고 한다. 노골적인 엔저(低) 정책에도 미국으로부터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한·미 동맹 관계는 빛 샐 틈도 없는 역대 최상”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평가와도 거리가 멀다.
물론 외교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지속적인 경상흑자 등 원화가치를 높인 요인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외교 전략에 대한 경제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환율은 결국 외교력의 산물 아니냐”며 “지난 정권의 환율관리에 대해선 별 말이 없던 미국의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건 그쪽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외교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외교 실패'에 발목 잡힌 경제" 중)
물론 외교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지속적인 경상흑자 등 원화가치를 높인 요인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외교 전략에 대한 경제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환율은 결국 외교력의 산물 아니냐”며 “지난 정권의 환율관리에 대해선 별 말이 없던 미국의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건 그쪽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외교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외교 실패'에 발목 잡힌 경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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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한국경제 1면 기사는 위와 같았다. 한 기자가 왜 한국경제가 어려운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 환율때문이고, 이는 결국 외교력의 부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 경제를 통화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억지에는 나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위에 굵은 글씨로 처리한 대목을 읽을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왜곡된 현실인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기자가 왜 잘못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지 분석해보자.
지난 3년간 엔화가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환율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결과이다. 즉 일본 중앙은행이 디플레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의 공급을 늘리자, 달러와 엔화의 교환비율인 환율 역시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의 통화인 달러에 대해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자국의 통화정책만을 건드렸을 뿐이다.*
한국은 "통화정책"상 고금리를 유지해 디플레를 유발하면서 "환율정책"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개입을 한다. 자유 시장에 갑자기 정부라는 개체가 나타나 비균형 가격에 달러를 매수한 뒤, 깔고 앉는다. 이 과정에서 시중에 돌아야 할 달러가 한국은행 계좌 안에 머물게 되니 달러의 유통속도는 떨어진다.**
연준 입장에서는 BOJ를 비난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BOJ는 어디까지나 자국통화에 한정한 통화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다르다. 미국이 기껏 공급해 놓은 달러를 가져가 한국은행이 깔고 앉고 있으니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환율을 균형 가격에서 어긋나게 관리하는 것은 교역국 양측 모두에게 효율적이지 않다. 결국 연준은 BOJ에 대해서는 '너희 나라 통화정책이니 너네가 알아서 해라' 라는 태도를 보일수 있지만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왜 너넨 남의나라 통화를 사들이냐'고 항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전혀 다른 케이스인 일본을 물고 늘어지며 꼬투리 잡는 셈이다. 그것도 환시개입을 가장 지독하게 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이 그러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마치 강원랜드로 출근하는 도박중독자가, 여의도 주식 트레이더를 가르키며 '저 사람도 확률에 베팅하는데 왜 나는 전문투자자로 인정 안해주냐'라고 항의하는 셈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환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금리를 낮춰 원화의 공급을 늘리면 된다. 그러면 시장이 알아서 평형을 맞춰줄 것이다. 금리는 낮추기 싫고, 환율은 높이고 싶다면 시장 자유화를 포기 해야한다. 이를 트릴레마라고 부르는데, 이는 한경 경제용어사전에도 나오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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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3년전 일본은행이 달러매수개입을 단행하긴 했지만, 이는 BOJ가 시행한 양적완화에 비한다면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한국은행은 계좌의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고 결국 이 돈은 미국 민간분야로 돌겠지만, 수익률에 무관심하고 운용이 더딘 중앙은행이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민간이 가지고 있을때에 비해 통화속도는 느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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